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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다문화 장병, 한국군 변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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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3 21:24:22 수정 : 2014-12-24 20: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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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軍 ‘미래 중요 병역자원’으로 자리매김
다문화 장병, 당당한 안보지킴이… 10년후엔 '1만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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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육군 35사단에서 노총각 김종근(40) 상사의 진중결혼식이 열렸다. 배우자는 캄보디아 이주민 여성 생잔다(27). 부대는 김 상사가 국제결혼으로 예식을 두 번 치러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결혼식을 지원했다. 신부 생잔다는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남편과 시부모님께 더 잘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부부는 결혼 후 꿀맛 같은 신혼을 보내는 중이다. 다문화가정을 꾸린 김 상사가 앞으로 남자 아이를 낳게 되면 아들 역시 아버지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지게 된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다문화가정은 전국에 29만5000여가구다. 다문화가정 구성원은 자녀 20만여명을 포함해 79만여명에 달한다. 다문화가정 출신 청년들의 군 입대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다민족 다인종 시대에 대응한 한국군의 변화가 시급하다.


◆10년 뒤 다문화 현역병 1만명 예상


군 당국은 2012년 2월22일 군인복무규율을 개정했다.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충성해야 할 대상을 ‘국가와 민족’에서 ‘국가와 국민’으로 바꿨다. 다문화가정 출신 입영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다문화장병이 순수혈통 민족 개념 때문에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문화장병의 범주는 결혼이민자 가정 출신 장병, 외국인 귀화자, 국외 영주권자 입영장병, 북한 이탈주민 가정 출신 등이다. 1991년생까지는 인종, 피부색으로 외관상 명백한 혼혈인은 5급 제2국민역으로 편성해 군 복무를 면제했다. 하지만 2010년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피부색에 상관없이 한국 국적이면 모두가 병역의무를 지도록 했고, 이후 다문화가정 출신 입대자가 속속 늘고 있다. 정부가 병역의무를 마친 후 2년 이내에 출입국관리소에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면 이중국적을 유지하게 해준 점도 작용했다.

2010년 다문화 2세들의 군 복무가 의무화하면서 올 6월 말까지 입대한 인원이 927명으로 집계됐다. 6월 말 현재 복무 중인 병사는 557명이다. 올해 여섯 달 동안 입대한 인원이 185명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병역 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하고 있는 다문화장병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저출산으로 2020년대 병력 부족 현상이 예상되는 우리 군에 다문화병사는 ‘소중한 병역자원’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가정 출신 징병검사 대상자(만 18세)는 매년 증가추세다. 올해 대상자가 1719명으로 내년에는 2199명, 5년 뒤인 2019년에는 3626명, 10년 뒤인 2024년에는 4730명에 달한다. 이와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군 복무기간을 2년으로 산정하면 10년 뒤 다문화가정 출신 현역병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2023년 이후 병역자원 부족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문화가정 출신자들을 병역의무에서 제외할 경우 2029년쯤이면 병역자원이 3만명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충북 괴산군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 초청돼 ‘나라사랑 안보체험’의 일환으로 KF-16 조종석을 관람하며, 조종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공군 제공
◆“국방부, 다문화장병 위한 체계적인 정책 필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간사 윤후덕 의원은 지난 10월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다문화장병 1000명 시대에 국방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다문화장병들이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데 큰 거부감을 갖는다는 이유로 정확한 통계 현황은 물론, 제대로 된 다문화장병 정책도 펴지 않고 있다”며 “일반 장병과 동일하게 대한다는 명분 아래 사실상 무관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일반병사들 사이에서도 구타나 괴롭힘, 따돌림 등으로 사고가 빈번한 지금의 군대 문화에서 피부색이나 외모가 조금 다른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들이 겪을 어려움은 오죽할까 싶다”면서 “피부와 문화,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른 젊은이들이 만났을 때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기술을 익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리핀 출신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 2세들에게 군 생활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사회 일원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며 “다문화가정 병사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군 복무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군 적응 대책을 마련하고 다문화병사들을 활용할 병영 환경 개선에도 노력해 나가야 한다” 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다문화병사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다문화병사라는 이유로 차별과 따돌림을 받지 않도록 제도와 의식개선이 필요하다”며 “다문화병사들이 우리 군에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장병들이 민족 개념이 아닌 같은 국민으로서 군 복무를 함께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내 다문화 이해 및 수용기반 구축을 위해 다문화 관련 도서 및 홍보책자를 비치하고 있다”며 “장병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2015년 예산을 반영해 여성가족부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문화가정 출신의 자녀들에게 군 입대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빠른 적응을 돕도록 하기 위해 ‘다문화 동반 입대병’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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