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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덕본재말(德本財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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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2 21:20:30 수정 : 2014-12-22 21: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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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甲)질’에 대한 뉴스가 줄을 잇는다.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갑질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일종의 폭력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땅콩 하나로 250명이 탄 비행기를 돌리게 만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원에게 쏟아붓는 모욕적인 폭언이 녹음돼 충격을 준 이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은 극에 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시식 행사를 열면서 수십억원의 비용을 납품업체에 미리 상의도 하지 않고 떠넘겼다고 한다. 판촉 행사를 할 때 납품업체와 분담률과 액수를 사전에 약정하지 않고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을 어긴 것이다.

재물을 얻더라도 도덕적 가치관을 바탕에 둬야 한다. ‘대학’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군자는 먼저 덕을 쌓아야 한다(君子 先愼乎德). 덕이 있으면 사람이 있게 되고(有德此有人), 사람이 있으면 땅이 있게 되고(有人此有土), 땅이 있으면 재물이 있게 되나니(有土 此有財) … 덕이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다(德者本也 財者末也).”

요즘은 직장이나 사석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갑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억울하고 부당하지만 힘이 없어 참아야만 했던 상황,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내 잘못입니다”라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 비참함! 그동안 경험했던 울분들과 이제껏 알려진 슈퍼갑들의 행동들에 대한 고발과 분노가 넘쳐난다. 전화 교환원에게 욕설과 성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는 사람,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하인 부리듯 함부로 하는 모습들을 이야기하며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폭력들이 도처에 있음을 느낀다. 나의 이익 도모를 위해 이웃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된다.

“후덕한 이는 이웃에게 폐를 끼쳐 자신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厚者不毁人以自益也).” ‘전국책’이 오늘을 사는 ‘갑’들에게 당부하는 경책의 말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德本財末 : ‘덕을 쌓으면 재물은 있게 마련이다’는 뜻.

德 큰 덕, 本 근본 본, 財 재물 재, 末 끝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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