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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만 질문하세요”…오바마의 파격

입력 : 2014-12-21 17:56:02 수정 : 2014-12-21 17: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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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연설’이나 ‘발언’이 아니라 여기자에게만 질문 기회를 준 파격적인 ‘행동’을 통해서였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송년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을 폴리티코의 캐리 버도프 브라운 기자에게 받았다. 그 뒤 기자 6명의 질문이 이어졌고, 회견은 아메리칸 어번 라디오 소속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바마에게 질문한 8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마지막 질문에 앞서 한 남기자가 “내년에도 담배를 계속 피울 생각인가요”라고 소리쳤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들 여성 언론인은 차례대로 소니 해킹,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미국의 인종문제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방송기자들도 이날 회견에서는 질문 기회를 받지 못했다. 11·4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한 번도 하지 못한 매체 소속의 여성 언론인만이 지목을 받았다.

이런 파격적인 기자회견은 역사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었던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질서를 고려한 의도적인 것이었다. 백악관은 지난 1962년 ‘브리핑룸의 전설’ 헬렌 토머스 전 UPI 기자가 금녀의 벽을 깨기 전까지 여기자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백악관 기자회견장은 전통적으로 맨 앞줄에 앉은 남성 방송 기자들이 질문을 주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매일같이 고되게 일하는 다양한 언론사의 여기자들이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호명할 질문자를 취합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강조할 보기 드문 기회를 갖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오늘은 대변인실이 내놓은 짓궂지만 멋진 리스트를 참고해서 질문자를 정하겠다”며 “대변인이 ‘버릇없는(naughty) 이들’과 ‘훌륭한(nice) 이들’의 명단을 넘겨줬다”고 농담을 건넸다.

송년 기자회견은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시사주간 타임은 ‘파격(departure)’이라고 표현했고, 미 타우슨대의 마사 조인트 쿠마 교수는 “지금껏 오바마 대통령의 단독 회견 32번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며, 다른 행정부에서도 이런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기자들은 “여기자들이 수십년 동안 당했던 일을 실제로 겪고 보니 불평을 할 수가 없더라”고 파격적인 송년회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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