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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직장인 67%, 사주일가로부터 부당한 행위 받아…

입력 : 2014-12-22 06:00:00 수정 : 2014-12-22 15: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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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욕설·폭행·부당지시 만연…
'땅콩 사주' 갑질에 우는 월급쟁이들
직장인 A(29)씨가 다니는 회사는 모기업의 회장이 방문할 때마다 비상이 걸린다. 회장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회사에서는 외모 순으로 여직원들을 뽑아 회장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여직원들은 시간에 맞춰 일렬로 서서 회장을 맞이하고, 그중 한 명이 회장에게 꽃다발을 건넨다. 회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회사를 둘러본다. A씨는 “회장이 여직원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장실에서 회장이 올 때마다 여직원들을 대기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장은 경영을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논란으로 직장 내 상급자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직장인 상당수는 회사에서 사주 일가와 상사로부터 부당한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폭력이라면 흔히 ‘성희롱·성추행’이나 ‘왕따’를 떠올리지만 가해자가 폭력이라고 느끼지 못해 ‘갑질’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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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21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직장인 9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주 일가로부터 부당한 행위(폭언·욕설·폭행·부당한 지시 등)를 당하거나 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7.1%(642명)가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직접 당한 사람은 33.2%(318명)였고, 당하는 것을 보거나 전해 들은 사람은 33.9%(324명)였다.

부당한 행위의 내용은 폭언·욕설이 45%(289명)로 가장 많았다. 부당한 지시(43.9%·282명), 폭행(1.6%·10명)이 뒤를 이었다.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한 말과 행동이 한국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인 셈이다.

회사 내의 ‘갑질’은 사주 일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장생활 2년차인 이모(29)씨는 말끝마다 육두문자를 내뱉고 주말근무를 시키는 팀장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팀장은 이씨가 조금이라도 일에 서툰 모습을 보이면 욕설을 날린다. “막내가 쉬는 날이 어디 있느냐”며 평일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업무 지시를 한다. 이씨는 “내가 부하직원이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인데, 팀장은 나를 하인처럼 취급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상사로부터의 부당한 행위를 당한 적이 있는지 직간접 경험’을 묻는 질문에 42%(402명)가 ‘직접 당했다’고 답했다.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17.9%(171명), 당한 것을 들은 사람이 14%(134명)였다. 부당한 행위는 폭언·욕설(46.7%·330명), 부당한 지시(41.9%·296명), 폭행(2%·14명) 순으로 조사됐다. 직장인들은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 “(상사가) 서류철을 던졌다”, “쌍욕을 했다”는 등의 경험을 털어놨다.

직장인들은 일상처럼 부당한 행위를 당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주 일가와 상사로부터 부당한 행위를 당했을 때 어떻게 했느냐고 각각 물었더니 80.4%(516명), 70.4%(498명)가 ‘참았다’고 답했다. 기내 난동을 부리는 일반 승객은 심할 경우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지만 조 전 부사장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한 이번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결과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직장문화는 인권 의식이 높아진 사회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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