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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90년대 초 미국에 특수요원들을 훈련하고 침투시킬 목적으로 5개 거점을 만들었다. 적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원자력발전소나 주요 도시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인 국교정상화 합의 직후 공개된 미 국방정보국(DIA)의 2004년 9월13일자 보고서 내용이다. DIA는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보고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근거 없는 정보는 아니다. 북한은 미국과 비공개 협상을 할 때면 서슴지 않고 미국을 협박했다. 가장 많이 써먹은 내용이 “우리는 쿠바에 핵배낭 여러 개를 들여놨다. 여차하면 북조선 전사들이 미국으로 들어가 도시 한두 개를 까부수겠다”는 것이다.

소련이 해체되는 와중에 분실된 핵배낭 중 서너 개가 북한에 흘러들어갔다는 첩보와 맞물려 미 정보당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미국 턱밑에 있는 쿠바에 인민군 수천명을 파병해 놓았다”는 소문을 퍼트렸다. 탈북자들도 북한에는 20년 이상 장기 복무 중인 특수군인들이 많은데, 그들 대부분이 쿠바에 파병돼 있다고 거들었다. 수염을 길러 남미인처럼 변장한 채 근무하고 있고, 파병 가족에겐 특별혜택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북한과 쿠바는 서로 ‘형제 나라’로 호칭할 정도로 돈독하다. 피델 카스트로는 1986년 방북 때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소총 10만정과 2000만달러 상당의 탄약과 탄약공장 건설비용을 지원받은 일을 늘 고마워했다. 북한 청천강호는 지난해 7월 쿠바에서 선적한 지대공 미사일과 미그-21 전투기 부품을 설탕 포대 밑에 숨겨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국과 쿠바가 국교정상화를 발표한 17일은 김정일 사망 3주기였다. 한·중 수교 때만큼이나 충격이 컸을 것이다.

쿠바는 187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브라질보다 많다. 주요국 중 미수교 국가는 이제 한국과 이스라엘뿐이다. 한국은 벌써 쿠바와의 관계 회복을 서두르고 있다. 드라마, 영화, K-팝 등 한류는 이미 쿠바인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미·쿠바 관계 개선으로 쿠바를 지렛대로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북한의 전술은 무용지물이 됐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금언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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