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리포트] 北, 美·쿠바 국교정상화에서 배워야

입력 : 2014-12-21 22:18:08 수정 : 2014-12-21 22:26: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美와 손잡은 쿠바, 北 고립감은 더 커져
美, 대북정책 강경
北서 핵 포기해야 평화와 공존 길 열려
미국 플로리다주 본토에서 자동차로 2시간가량 걸리는 키웨스트섬. 쿠바를 사랑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키웨스트섬에서 쿠바까지 거리는 약 140㎞로 미국 본토보다 가깝다. 이곳에서는 공산주의와 독재의 쿠바가 아니라 낭만과 열정의 쿠바가 다가온다. 키웨스트섬과 쿠바를 오가며 살았던 헤밍웨이처럼 쿠바로 발길을 내딛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키웨스트섬에서 배에 자동차를 싣고 쿠바로 향하는 장면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됐다.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함에 따라 곧 여행도 자유로워진다. 멕시코나 캐나다를 거쳐 비밀스럽게 갈 필요가 없게 된다. 엊그제까지만 하더라도 적성국이던 쿠바가 미국인들에게 가까운 이웃 국가로 다가오는 것이다. 외교에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미국이 쿠바와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이 1961년 1월이다.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외국인 재산을 국유화하는 등 조치가 취해지자 미국인과 기업들이 쿠바에서 철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3차대전 위기로까지 내몰린 미사일 사태를 겪으면서 쿠바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 국가로 등장했다. 미국 주도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취해지면서 쿠바는 내핍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적인 쿠바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미국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지난 53년간 쿠바를 봉쇄하고 체제 붕괴로 몰아가려 한 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봉쇄 정책이 오히려 중남미 국가 등으로부터 미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했다. 쿠바를 붕괴로 몰아가는 게 미국이나 쿠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줄곧 대외 관계 개선을 위해 힘써 왔다. 취임 직후 아랍 방송과 첫 인터뷰에서는 “미국인은 무슬림의 적이 아니다”고 손을 내밀었다. ‘악의 축’으로 불린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앉고 반미 선봉에 선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수십년간 경제제재를 해온 미얀마와도 국교를 정상화하고 직접 방문해 연설까지 했다.

이제 남은 건 사실상 북한뿐이다. 물론 미국이 분류하는 테러지원국으로 시리아와 수단이 남아 있기는 하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미 대사관은 2012년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주 수단 미 대사관에도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두 나라와 미국 간 외교관계가 단절된 건 아니다. 북한은 소니영화사 ‘인터뷰’ 관련 해킹 배후로 지목돼 테러지원국 대상에 다시 올려질 상황에 놓였다.

쿠바는 북한에 몇 안 되는 혈맹 국가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선언으로 고립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에도 기회는 여러 차례 주어졌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수차례 합의와 파기를 반복했다. 2012년 2월 어렵게 이룬 합의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당시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방북까지 검토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 대북 협상파 입지는 극히 좁아졌다. 미 관리들은 북한에 대해 “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지난 20년간 북한 행태에 학습효과 생겨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의회를 설득할 논리가 없다 보니 정부 내에 대북 협상 얘기를 꺼낼 만한 관리가 아예 없을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 미 고위 당국자를 만난 소식통이 전한 기류가 그렇다.

북한으로서는 지난달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하면서 훈풍을 기대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백악관 측이 밝혔듯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은 쿠바와 다르다. 북한은 미국 적대정책 때문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주장하나 핵과 미사일 포기야말로 평화와 공존을 도모하는 길이다. 북한이 외교 성과를 정치 업적으로 남기려는 오바마 대통령과 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