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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원전보안… 유출 경로조차 ‘깜깜’

입력 : 2014-12-21 19:15:15 수정 : 2014-12-22 08: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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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자료 해킹 파문
안전 위협 줄 정도 아니라지만
1급 보안시설 총체적 관리 허술
유출 자료 얼마인지 파악 못해
전문가 “최악 시나리오 대비해야”
국가 기밀 문서인가 아닌가. 유출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도면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수원은 “원전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애쓰고 있지만, 해커는 이런 한수원의 안이한 해명을 문제 삼으며 추가로 문건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이다. 원전은 국가 핵심 시설이라는 점에서 기밀 문서 여부를 떠나 관련 도면이 유출된 사실만으로도 한수원 보안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보안 총체적 부실


21일 한수원에 따르면 해킹 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모두 4차례 자료 공개를 감행했다. 15일에는 캔두형 원전 제어 프로그램의 해설 파일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고, 18일에도 부산 고리 1호기의 보조건물 냉각수 계통, 경북 경주 월성1호기의 감속재계통 배관설치(ISO) 관련 도면을 올렸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19일 원자로 냉각시스템 밸브 도면 등 9개 파일에 이어 21일 부산 고리 2호기의 공조기와 냉각 시스템 도면, 월성 1호기의 밸브 도면 등 4개 파일이 다시 유출됐다.

한수원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들 자료와 도면의 기술검토 결과 원전 운전이나 정비를 위한 교육 참고자료에 불과해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설계도면과 같은 기밀자료가 아닌 조악한 수준의 정보를 담은 데다 원전을 제어하는 전산망과 한수원의 사내 전산망이 완전 분리돼 있어 해킹에 따른 악성코드나 바이러스 감염을 통한 핵심자료 유출 가능성은 작다는 게 양측의 주장이다. 원자력 전문가들도 대체로 당장 원전 안전에 문제를 가져올 정도의 유출은 아니라는 데 수긍한다.

하지만 국가 1급보안시설인 원전의 자료가 버젓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현실인 만큼 이를 미리 막지 못한 한수원과 관계당국의 보안 부실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도면은 설계도만 해도 25만장이 되는데,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 봐서는 당장 원전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이를 입수해 원전을 건설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문제는 자료의 질이 아니라 절대 나가서는 안 될 자료가 유출됐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자료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어 유출 여파가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산업부와 한수원은 기밀자료 유출이 없었다는 점만 강조할 게 아니라 부실한 보안태세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과 향후 방지책부터 밝혔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원전 자료 얼마나 유출됐나


해커는 한수원에서 빼낸 자료가 10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과 한수원은 당장 자료 유출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유출된 자료가 얼마나 더 될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우려되는 점은 해킹 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이 어떤 자료를 더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도 “해킹 세력이 성탄절부터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한 점으로 미뤄 이후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걱정이 크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튼튼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안업계에서도 한수원의 부실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안업체인 안랩과 하우리가 지난 9일 원전 담당자를 대상으로 해킹이 있었다고 주의를 요망한다는 내용을 전파했지만, 한수원 측은 해킹 세력이 자료를 공개하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피해가 거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측은 “한수원은 이런 경고를 받고도 공개하거나 적극 대처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유출된 자료들이 3일 동안 인터넷 포털에 띄워져 있었는데도 초동대처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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