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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통일은 민족문제가 아니라 체제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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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8 21:12:02 수정 : 2014-12-18 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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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체제문제 빼놓고 통일논의 안돼
국민적·국제적 공감대 형성 중요
우리 사회에서는 ‘통일’하면 ‘민족통일’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 민족이 어떤 체제 하에서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체제문제’이다. 이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한 체제통일이 통일의 원칙이 돼야 한다. 우리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강조함으로써 체제통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북한이 내세우는 ‘민족공조론’에 현혹돼 통일이 체제문제라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에서 혼선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북한은 한민족을 ‘김일성 민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북한의 선전에 따르면 ‘민족통일’은 세습독재체제 밑으로 전 민족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봉건적 세습체제에 의한 통일을 ‘민족공조론에 의한 민족통일’로 포장해 내놓고 있다. 이런 ‘김일성 민족’이라는 선전용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족 개념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

원래 ‘민족’은 자유롭게 평등한 개인들이 근대국가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발전된 개념이다. 그래서 이때 민족은 바로 국민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민족과 국민은 자유와 평등을 근거로 하는 민주주의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민족을 김일성 가족의 일부라고 부르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선전선동을 막기 위해서 통일이 체제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통일준비회원회가 준비하고 있다는 ‘통일헌장’에는 통일이 민족문제가 아니라 체제문제라는 점이 분명하게 명시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능주의적 접근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른 두 체제가 하나로 합쳐지기 위해서는 교류와 협력과 같은 쉬운 분야부터 남북한이 협력을 해서 정치·군사 문제를 해결해 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기능주의적 접근 방식에 의해 성립된 유럽연합(EU)의 경우 협력을 해나가기 이전에 유럽국가들이 이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체제의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기능주의적 접근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제의 동질성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이렇게 본다면 서로 이질적 체제를 가진 남북한의 경우는 기능주의적 접근 방식이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체제의 동질성이 확보 안 된 상태에서 국가연합과 연방제를 말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바로 통일은 북한을 대한민국과 같은 체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체제 문제를 빼놓고 통일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어떤 통일도 좋다’는 통일지상주의밖에 되지 않는다. 건국 6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성공한 대한민국’과 ‘실패한 북한’을 비교해보면 현실적 차원에서도 대한민국 체제 중심의 통일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체제 선택권은 자유로운 북한 주민에게 주어져야 한다. 세습체제 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 시급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통일회의론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통일이 체제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일회의론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통일론’의 관점에서 젊은이들에 대한 통일교육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또한 통일문제는 체제문제임과 동시에 국제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점에서 2013년 5월 발표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공동선언’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선언은 한반도 통일이 ‘비핵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천명했다. 이것은 한·미 양국이 통일은 체제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 미국이 한국 중심의 체제 통일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한반도 통일의 경우에도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용외세’(用外勢)의 차원에서라도 우리의 통일방안을 체제 문제라는 각도에서 재정립하고 국민적·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정부의 노력이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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