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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백치·냉소적인 교수… 부딪치며 성장

입력 : 2014-12-18 22:03:38 수정 : 2014-12-19 07: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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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타’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연극 ‘리타’는 사랑스러웠다. 경쾌하면서 무거웠고, 발랄하면서 깊었으며, 웃음과 진지함이 공존했다. 작품의 핵심은 성장과 자아찾기다. 인물의 성장을 다루는 작품들이 그렇듯 관객에게도 성장에 대한 열망을 전염시킨다.

‘리타’는 2인극이다. 배우 두 명이 휴식 없이 팽팽한 두 시간을 채운다. 주부미용사 리타와 대학 교수 프랭크가 주인공. 배우 강혜정과 공효진이 리타로 더블 캐스팅돼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배우 전무송이 프랭크 역을 맡았으나 최근 건강 문제로 황재헌 연출가가 대신 무대에 오르고 있다.

리타와 프랭크,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작품 속에서 충돌하며 성장한다. 무모한 열정과 냉소적 지식, 젊음의 서툼과 중년의 노련함, 아줌마 수다와 논리정연한 언어가 만나 신선한 에너지와 번뜩이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리타는 일자무식 아줌마다.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가 비었어요. 텅”이라고 말하고, EM 포어스터의 ‘하워즈 엔드’를 읽고는 “완전히 × 까는 소리였어요. 개떡 같았다구요”라고 서슴 없이 비평한다. 반면 프랭크는 냉소와 환멸에 발목 잡힌 지식인이다. 시인을 꿈꿨으나 절판된 시집 한 권만 남긴 채 “대가리에 든 건 없으면서 잘난 척 떠드는 인간들”을 가르쳐야 하는 처지다.

문조차 고장난 프랭크의 교실에 리타가 평생교육원 수업을 받으러 쳐들어온다. 리타는 말한다. “엄마가 되기 전에 제 자신을 찾고 싶어요. … 지금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구요.”

연극의 제목은 ‘리타’이지만, 평생교육원 수업을 통해 변하는 건 리타 만이 아니다. 교수 프랭크 역시 성장한다. 두 사람의 출발 지점은 모두 깊은 자기비하다. 리타는 단순무식한 자신과 주변인들이 싫다. 프랭크 역시 시 한줄 못 쓰면서 우월한 척 남들을 비웃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다. 연극은 리타의 변화와 성장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며 화기애애해지다 곧 프랭크의 질투와 술 중독으로 하강곡선을 그린다.

‘리타’는 인물의 수직적 성장을 통한 대리만족에 머물지 않는다. 대신 성장이란 자기 비하에서 벗어나 ‘자신을 아는 것’임을 강조한다. 두 주인공은 말미에 이르러 “진짜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임을 깨닫는다.

리타를 맡은 강혜정은 사랑스러우면서 당돌한 미용사를 빚어냈다. 통통 튀는 ‘무식한 리타’는 매력이 넘친다. 반면 후반부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지적인 리타’는 늘 보아온 듯 익숙하고 입체적이지 않아 아쉽다. 중간중간 발음이 불명확한 지점도 눈에 띈다. 강혜정·공효진 두 쟁쟁한 배우가 각자 해석한 리타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연극의 매력이다. 대타로 투입된 황 연출가는 닳고 닳은 지식인의 전형을 제대로 구현한다. 그가 리타를 향해 설교할 때면 온몸에서 권태와 자기 환멸이 흘러나온다. 캐릭터 표현과 여유감, 긴장이 고조될 때 터져나오는 에너지가 좋다. 다만 가끔 대사의 리듬이 흐트러지고 평이해진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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