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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대통령님, 왜 혼자 밥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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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7 21:23:06 수정 : 2014-12-17 21: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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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는 단절이 고립과 불통의 뿌리
행복하지 않은 대통령, 국민행복 만들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의 꿈은 국민 행복입니다. 대통령은 “나라가 잘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꿈 하나로 살고 있다. 그 목적 외에 나머지는 다 번뇌”라고 말합니다. 나는 대통령의 꿈을 믿습니다. 진심을 믿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물레방아는 엉뚱한 방향으로 돌고 있어요. 행복의 꿈과는 거리가 멀어요. 새해를 며칠 앞둔 성탄 시즌에도 행복의 종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한 소시민은 “나라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절규합니다. 국민 행복! 대통령의 꿈은 정말 꿈이었나요?

배연국 논설위원
어떤 심리학자는 행복의 결정요소로 사회성을 제시합니다. 사회적 대인접촉이 빈번하고 그런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높다는 것이지요. 사회적 관계가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는 얘기입니다. 그의 예리한 통찰에 동의와 지지를 보냅니다.

대통령은 지금 행복할까요? 심리학자의 사회적 잣대를 잠시 빌려 봅니다. 청와대라는 곳은 원래 사회성과는 동떨어진 구중궁궐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비서진의 사무실과도 한참 떨어져 있지요. 독신의 대통령은 주로 혼자 아침밥을 먹는다고 합니다. 대면 상대는 몇몇 비서가 전부라고 해요. 짙은 고독이 묻어납니다. 그런 고독은 행복과는 지구 반대편입니다. 행복하지 않은 대통령이 과연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애국심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일련의 국정 난맥상을 놓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지금 급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청와대 내부의 소통입니다. 대통령 주변의 끊어진 대화 통로를 잇는 일이 먼저입니다. 대통령의 사회성과 행복감을 북돋우는 일이지요. 그런 전제 없이는 국민 소통도 어렵습니다.

가장 절실한 소통 과제는 대면접촉을 늘리는 일입니다. 그 출발은 대통령과 함께 밥 먹을 사람을 찾는 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람 간의 친화는 식사하는 자리에서 더욱 굳어집니다. 우리는 밥을 하늘로 여기는 민족입니다. “밥 먹었니?” “진지 드셨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한 인사말이 아닌가요. 이런 일차원적인 식사 행위가 사회성과 소통의 길을 넓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에게도 오찬이나 만찬 약속이 많을 테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식 일정일 뿐입니다. 각하 소리가 나오고 박수 소리만 요란한 의례적인 오찬은 진정한 소통 창구가 될 수 없습니다.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세상 여론을 전할 수 있는 사람과의 식사라야 소통이라고 할 수 있지요. 레이저 눈빛에 주눅이 들지 않을 인사라면 금상첨화겠지요. 사회 저명인사나 청와대 비서, 장관들과의 접촉도 늘려야 합니다. 조선시대 간관처럼 직언만 전담하는 비서관을 두는 방안도 생각해봄 직하지요. 어떤 경우에든 대통령의 귀가 먼저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소통의 물꼬를 터야 대통령의 사회성이 높아집니다.

대통령의 길은 원래 외로운 길입니다. 그렇다고 그 길을 혼자 가려 해선 안 됩니다. 서울 남산의 경사는 가장 가파른 곳이 25도쯤 된다고 해요. 그 가파른 길도 친구와 함께 걸으면 덜 가팔라 보인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왜 혼자서 국정과제와 씨름하세요? 많은 사람과 함께 국정의 고지에 오르면 경사가 훨씬 완만해 보이지 않을까요?

국민 행복은 박근혜정부의 존립 목적입니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힘을 합쳐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가자”고 외쳤습니다. 취임 후 광화문광장으로 달려가 국민행복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던 대통령이 아닌가요. 그 국정 목표를 이루려면 소통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고립의 섬을 나와 소통의 교량을 건너야 합니다. 혼자서 아무리 애국심으로 무장하고 보고서를 읽어도 국민 행복은 이룰 수 없습니다. 인적이 드문 외딴섬에는 행복의 파랑새가 살지 않으니까요.

내일은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 두 돌이 되는 날입니다. 자신의 모습부터 ‘행복의 거울’에 한번 비춰 보세요. 정말 행복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드세요? 국민 행복은 그 다음입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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