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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이에게만 죄 묻고…'직무유기' 청와대 면죄부

관련이슈 [특종!] 정윤회 국정 농단 의혹

입력 : 2014-12-17 20:05:00 수정 : 2014-12-17 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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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량유출 제보 묵살·혼란 자초 불구, 민정수석실 등 ‘처벌불가’ 잠정 결론
檢 내부서도 불만 목소리 날로 비등 “靑 정치적 사안 떠넘기고 나 몰라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문란 행위’라고 지목한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가 박관천 경정과 숨진 최모 경위가 개입한 수준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으로부터 청와대 문건의 다량 유출을 제보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데 대해 비난 여론이 높지만, 직무유기 등으로 법적 처벌은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문건이 작성됐고, 이들 문건이 반출된 뒤에도 적극적인 감찰이나 회수 조치 없이 사안을 종결했음에도 책임은 지지 않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검찰로서는 결국 청와대가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검찰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해소해야 할 일을 검찰 수사로 떠넘겼다”는 불만 속에 결국 특검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청와대 관계자들 처벌 불가 가닥


17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지난 5월 박 회장 측에서 청와대 문건을 넘겨받고도 유출 경위 파악과 내부 보안 강화 등 충분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들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직무유기’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리상 이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일부러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법리 검토 과정에서 박 경정이 제출한 문건 유출 경위서가 사실과 달랐다는 청와대 감찰 결론이 합당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청와대 문건 유출을 인지한 박 경정은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한 대검 관계자 등이 문건을 빼돌렸다는 취지의 경위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으나, 청와대는 박 경정이 허위 경위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일부를 회수했다’며 청와대로 전달된 문건 속에 박 경정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근무했던 시절 작성한 문건이 섞여 있었던 점이 결정적 근거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문건 유출은 박관천 경정의 자작극’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이런 오판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측 결론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오판의 책임은 인사 조치 등으로 해결할 사안이지 범죄 여부를 다투는 검찰이 다룰 영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 문건 유출의 책임은 박 경정과 고 최모 경위가 지게 된다.

검찰은 최 경위가 사망한 만큼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고 박 경정은 엉뚱한 사람을 문건 유출범으로 몰아간 책임을 물어 무고죄를 추가하고 기존 법률 검토가 끝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등을 담은 문건을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형법상 공용 서류 은닉)로 박관천 경정이 16일 오후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5일 새벽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박 경정.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정개입 의혹은 정치적으로 해소해야” 검찰 부글부글


검찰의 이 같은 사건 마무리를 두고 “죽은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씨와 청와대 3인방의 국정농단 의혹 등 본류는 제쳐둔 채 문건유출에 몰아치기 수사를 벌여 박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히 응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과 같은 ‘정치적 사안’을 증거로 입증하기가 힘든 일임에도 수사를 통해 밝히라고 청와대가 ‘주문’한 탓이다. 설사 국정개입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혹은 인사상의 후속 조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사법적 책임을 물을 사건은 결코 아니라는 게 검사들의 중론이다. 검찰에서 “청와대가 골치 아픈 사건만 생기면 검찰청사에 던져두고 나 몰라라 한다”, “언제까지 정권의 하수구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 내부에서도 어떤 결론을 내놓든 간에 박 대통령이 ‘문건=찌라시’, ‘유출=국기문란’으로 결론을 내버렸기 때문에 국민들이 납득하고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는 아직도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그렇게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면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희경·조성호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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