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비껴갈까. 이번에도 여타 신흥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란 낙관론이 적잖다. 실물경제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비중은 미미하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규모에서 대러시아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러시아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13억6000만달러(약 1조4704억원)로 전체 대외여신(1083억4000만달러)의 1.3% 정도다.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덕분에 취약한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한국은 돈이 더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러시아 위기가 국제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키우고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많은 유로존 경제를 짓누를 경우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 또한 적잖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16일 불안증세를 보이던 금융시장도 17일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가하락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여타 신흥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별 영향은 없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위기가 도미노식 위기를 부를 경우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면서도 “신흥국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24시간 비상점검체제를 가동키로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우리 경제에 미칠 직접적 효과는 크지 않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서 오는 파급 효과를 점검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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