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면초가의 푸틴… 고삐 더 죄는 오바마

입력 : 2014-12-17 20:39:49 수정 : 2014-12-17 22:42: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美 ‘우크라 지원 법안’ 곧 서명, 러 추가제재 모색 전방위 압박
FT “푸틴 집권 14년 만에 위기”
러 중앙銀 환율방어 실패로 비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가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대러 추가 제재를 모색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저유가와 경제 제재 충격에 빈사상태인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 경제는 달러와 생필품 사재기 징후까지 나타나며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급해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종전 강경책에서 후퇴하며 위기타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우크라이나 자유 지원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러시아의 국영 기업이 서방 국가와 금융 거래 및 기술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친러시아 반군과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그간 추가 제재 추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의회가 구두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법안에 서명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백악관이 법안에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이 사실이지만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략을 수행할 대통령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승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런던을 방문 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와는 달리 러시아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냈다. 케리 장관은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는 이미 수개월 전에 해제될 수 있었다. 또 러시아 정부의 결단에 따라 며칠 안에 걷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내외에서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자 푸틴 대통령도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잇따라 전화회담을 가졌다. 이들 정상은 일시 중단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교전 사태를 영구적 평화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크레믈궁 공보실이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의 충돌에서 늘 강경책으로 돌파했으나 집권 14년 만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큰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8일로 예정된 연례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내린 극약처방은 소용이 없었다. 16일 기준금리가 연 17%로 6.5%포인트 전격 인상됐으나 이날 루블화 가치는 더 떨어졌다. 루블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80.1루블로 9.8%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68루블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인 RTS도 12.3% 폭락했다.

시중에서는 인플레이션 심화와 국가 부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산품과 달러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났다. 상가는 루블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텔레비전과 세탁기 등 고가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도 달러화와 유로화를 사두려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현찰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가 이번 주부터 장기 루블화 표시 환매조건부채권 거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라 세계 은행들도 루블화 거래 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 실패에 따른 비난 포화를 맞고 있다. 모스크바 스베르방크CIB의 수석 외환전략가 톰 레빈슨은 “최근의 루블화 가치 폭락은 사람들이 추가 가치 하락을 우려해 루블화 예금을 외화로 바꾸려 한 데서 비롯됐다”며 “정부가 환율 안정에 대한 신호를 줘야 이를 막을 수 있는데 금리 인상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던 1998년의 경제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나빠졌고 외환보유액(약 4189억달러)도 5년래 최저치로 줄었다. 러시아의 대외 채무는 약 7000억달러로 외환보유액보다 많다. 이 중 1250억달러는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의 외환 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당 1만2689루피아까지 떨어져 1998년 8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터키 리라화도 달러당 2.41리라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브라질 헤알화도 달러당 2.736헤알에 거래돼 약세를 보였다.

김희원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