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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P, 금기 깨고 어린이 학살… 희생 더 늘 듯

입력 : 2014-12-17 20:31:42 수정 : 2014-12-18 01: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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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탈레반도 맹비난
“알라는 위대하다” 외치며 총격, 최소 148명 숨져… 희생 더 늘 듯
16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 한 학교. 군복 차림의 무장괴한 7명이 수업 중이던 교실에 난입해 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사제 수류탄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파키스탄 정부군이 운영하는 공립학교로 1∼10학년 과정 학생만 1100명에 달한다. 아비규환 속에서 목숨을 건진 아흐메드 파라즈(14)는 CNN에 “괴한들이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며 닥치는 대로 총을 쐈다”며 “그들 중 한 명은 ‘의자 밑에 애들이 숨어 있으니 죽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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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도심 인질극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파키스탄에서 또 하나의 참담한 비보가 날아들었다. 파키스탄탈레반(TTP)이 이날 페샤와르 공립학교를 공격해 학생 132명, 교장과 교직원 16명 등 최소 148명이 희생된 것이다. 부상자 120여명 중에는 중상자가 많아 희생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인근에 본부가 있는 파키스탄군은 공격 직후 출동해 약 8시간 동안 교전을 벌여 난입 반군 모두를 사살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사흘간 애도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파키스탄 전역의 학교 대부분이 17일 휴교하거나 추모식을 열었다.

TTP는 미국의 대테러전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파키스탄군에 맞서 그동안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 등에서 자폭 테러를 벌여왔다. 2012년 10월에는 등교 중이던 말랄라 유사프자이(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여학생 3명에게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테러는 2007년 결성된 TTP가 벌인 최악의 유혈 참사다. 약 139명이 희생된 2007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귀국 환영행사 자살폭탄 테러 역시 TTP 1대 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가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테러는 무고한 학생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보코하람’도 지난 4월 학교를 공격한 적 있으나 이들은 학생들 대부분을 인질로 삼았지 죽이진 않았다. 이들과 강하게 연계돼 있는 아프가니스탄탈레반은 성명을 통해 “무고한 시민과 어린이, 여성을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는 이슬람 근본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TTP가 이날 학교서 테러를 벌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라고 분석했다. 조직을 와해 위기로 몰아넣은 정부군의 소탕작전을 중단시키고 ‘서구식 교육 반대, 여성의 사회활동 금지’라는 자신들 지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미국 외교관계협의회(CFR)의 파키스탄·남아시아 전문가인 대니얼 마키 연구원은 “TTP는 학생과 같은 ‘소프트 타깃’(취약 표적)을 공격, 대중의 공포와 불안을 극대화해 국제적 존재감과 대정부 협상력 제고를 기대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날 테러는 그들의 노림수와 달리 거센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TTP가 내건 ‘서방에 맞서는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에 동조하는 파키스탄 국민이 많았지만 이번 테러로 대부분 국민이 테러단체의 실체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브라힘 무사 미 인디애나주 노트르담대 교수(이슬람학)는 “TTP는 ‘어린이는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암묵적 금기를 깨버렸다”며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파키스탄군이 TTP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미 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전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17일 여·야당 전체 회의를 열고 테러에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했다. 샤리프 총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탈레반, 나쁜 탈레반이 따로 없다. 테러리스트가 한명도 남지 않을 때까지 싸우겠다”며 일주일 내 범정부 대테러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선 2008년부터 사실상 집행하지 않았던 사형을 테러범에 한해 집행하기로 했다. “이제 파키스탄의 주적은 인도가 아닌 탈레반”이라고 주장한 라힐 샤리프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은 TTP 거점지역인 북부 키베르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명령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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