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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股肱之臣은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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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5 21:26:08 수정 : 2014-12-16 00: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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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벌어진 난장싸움, 檢 수사하면 정상화되나
흔들리는 ‘국정 중심’… 입방아 오른 인사들
대통령 위한다면 모두 옷 벗고 떠나라
1997년 12월. 나라가 부도난 때다. 바닥난 외환에 식량 들여오는 것조차 걱정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때 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 국민이 고통 받는 걸 보면서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는가.” 그로부터 15년, 대통령에 올랐다. 말솜씨가 출중하지 못한 박 대통령. 언변에 관한 한 연설의 달인 김대중 대통령, 변호사 노무현 대통령, 교회장로 이명박 대통령을 따라잡지 못한다. 말이 청산유수인 이정희 통진당 대표에게 또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가. 그럼에도 대통령에 뽑혔다. 왜? 많은 사람은 마음속 뜻을 봤을 터다. 실사(實事)는 없고 교언(巧言)을 앞세운 정치인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제2 한강의 기적을 일구자.” 취임 일성이었다. 이후 지지도는 굳건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파문도 지지도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왜 그랬을까.

강호원 논설실장
공무원연금 개혁. “나라는 망해도 공무원은 살아남는다.” 개혁 반대론을 두고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다. 개혁 불씨는 어떻게 댕겨졌을까. 강 건너 불 보듯 한 안전행정부, 올해 초 공공개혁 과제에 연금개혁을 맨 마지막에 달랑 한 줄 넣은 기획재정부. 대통령은 화를 냈다고 한다. 경제수석실은 밤을 새워 뜯어고쳐 공무원연금 개혁을 공공개혁 첫머리에 올렸다. 실사구시(實事求是). 바로 그런 행동에 박수를 보낸 것 아닌가.

39.7%. 참담하다. ‘문건 파문’ 이후 추락한 지지율이다. 세월호 때보다 더 나쁘다. 나아질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은 왜 박수치던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걸까. 청와대에서 문건이 빠져나왔기 때문인가. 아니다. 대통령 주변에서 난장 싸움이 벌어지니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건 유출은 싸움의 결과일 뿐이다.

한번 보자. ‘청와대에서 만든’ 문건에 ‘쓰인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들을 고소한 것은 그렇다 치자. 청와대 대변인, 이재만 비서관과 정윤회씨의 통화를 두고 “만남은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한쪽 편에 선 것인가. 이후 상황은 가관이다. “(정씨) 문건의 신빙성은 6할 이상”이라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검찰은 문건에 나온 십상시 만남이 사실과 다르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가 감찰을 했다. 조응천, 박관천씨를 중심으로 한 7인회가 문건을 만들어 유출을 주도했다며 조사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7인회 멤버로 지목된 오모 행정관, 감찰 결과에 대해 “그런 진술은 한 적 없다”고 했다. 정씨는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저질렀느냐”고 한다. 박지만 EG 회장까지 등장한다. 경찰 정보관인 최모 경위가 결국 자결을 했다. 유서에 남긴 말, “민정비서관실에서 너(한모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하지 못한 말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정상인가. 나도는 문건은 다양하다. 정씨 관련 문건도 있고, 박 회장과 부인 서향희씨 관련 문건도 있다. 왜 온갖 문건이 나도는가. 청와대 보안이 허술해서인가. 아니다. 청와대의 진흙탕 싸움이 빚은 결과다. 싸움이 문제의 본질이다.

진실은 알기 힘들다. 검찰 조사가 끝나면 모든 것이 명쾌해질까. 국정은 제자리를 찾을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주장하는 바가 다른데 의심의 꼬리가 내려지겠는가.

그 결과는 무엇일까. ‘상처받은 대통령’이다. 그 마음이 참담할 터다. 제2 한강의 기적, 국가혁신? 난장 싸움이 벌어진 판에 무엇으로 그것을 이루겠는가. 더 참담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 대통령만은 잘해주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 아닌가. 북악을 바라보는 눈에는 안타까움과 실망이 서려 있을 터다.

‘대통령을 에워싼 청와대 사람들’에게 묻게 된다. 스스로 고굉지신(股肱之臣)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주군을 살리고, 주군의 뜻이 꽃피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 자리에 연연한다면 고굉지신일 수 없다. 십상시(十常侍)에 가깝다. 무엇으로 길을 열어야 하는가. 너무도 명확하다. 대통령이 나라를 일으키기를 원한다면 입방아에 오르내린 사람은 모두 옷을 벗고 떠나라. 그러지 않는다면 진흙탕길 위에 서지 않겠는가.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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