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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김대명 "영업3팀 자체가 판타지죠"

입력 : 2014-12-15 09:21:16 수정 : 2014-12-15 09: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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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대리 역 하고팠어…내 모습 많이 투영"
여기 김대리가 있다.

몇번 머리카락 좀 펴라고 눈치를 주는데도 '아줌마 파마'를 고수하고, 엄마가 잡아주는 맞선에 부지런히 나가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그리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배가 나와 그런가?"라면서도 별반 '개전의 정'은 없어 보인다.

늘 일에 쫓겨, 파묻혀 살지만 그 안에서 나름 재미를 찾고 있어 워커홀릭의 조짐이 보이는 그는 동기들이 '일밖에 모르는 앞뒤 막힌 오차장' 밑에서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한목소리를 내면 "니들이 뭔데 내 상사를 욕하냐"면서 술상을 뒤엎고, 다음날 그 오차장에게 "저는 오차장님과 일하는 게 좋습니다. 그것뿐입니다"라며 다시금 끈끈한 전우애를 강조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스펙도 없는 고졸 계약직 사원 장그래가 후배로 들어오자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혹하나 더 붙었다며 잠시 뒷목을 잡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조용히 성장해가는 장그래를 보면서 그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아끼고 있다.

인기를 넘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서 시청자가 오차장(이성민 분) 다음으로 기대거나 가까이하고 싶어하는 인물은 김대리(본명은 김동식이지만 시청자는 그를 대리라는 직함으로 기억한다)일 것이다.

김대리를 연기하고 있는 '새 얼굴' 김대명(34)을 최근 광화문에서 인터뷰했다.

"원작 만화를 좋아했는데 거짓말 아니고 진짜 김대리 역을 하고 싶었어요. 장그래를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고 그렇다고 차장 역을 할 수도 없고…. 김대리의 성격이나 성향, 외모가 저랑 실제로 닮기도 했고요."

'미생'의 인기를 타고 김대명은 요즘 광고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데 솔직히 아직 반응은 잘 모르겠어요. 처음 하는 드라마라 너무 정신없이 촬영하고 있거든요. 정말 드라마 촬영현장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지 몰랐어요. 항상 대기하고 있고 개인 스케줄은 전혀 소화할 수 없어요."

타고난 성품이 부드럽고 착하며 성실한 김대리는 종종 엉뚱한 유머로 동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런 김대리를 김대명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소화해내고 있다.

"김대리가 사람을 대하는 패턴이 실제의 저와 많이 비슷해요. '미생'을 반(半) 다큐 형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캐릭터가 너무 극적이면 시청자들이 '이거 드라마야'라고 느끼게 되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내 모습, 내 주위 사람의 모습을 따와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대리의 경우는 냉온을 오가는 면이 있는데 그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무언가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서 애드리브를 치기도 합니다. 손목에 향수를 뿌린 시늉을 하며 '냄새 맡아볼래?'라는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는 것도 애드리브였어요.(웃음)"

시청자가 보기엔 어느날 갑자기 김대리가 돼서 나타난 것 같지만 김대명은 연극판을 거쳐 영화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몫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는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다가 내가 극중 인물의 감성을 표현하면 어떨까 싶어졌죠. 스물넷의 늦은 나이에 대학(성균관대 연기예술학)에 들어갔고 군대에 다녀온 후 스물여섯부터 연극을 했습니다."

2012년 '개들의 전쟁'으로 영화 쪽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는 지금 '미생' 팬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히트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범인의 목소리 연기를 펼친 것이다. 얼굴은 한 컷도 등장하지 않지만 극중에서 하정우를 내내 조종하는 범인의 목소리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

"감독님이 비공개 오디션을 치렀는데 대사 녹음본을 블라인드 테스트 하셨어요. 얼굴이 나오지는 않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이었어요. 배우가 살면서 그런 역할을 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나 싶었죠. 또 목소리 연기한 제가 많이 드러나지 않아야 영화가 성공한다고 생각했기에 그 영화로 제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섭섭한 것은 없어요."

그렇게 대여섯 편 영화를 작업하던 그는 '미생'으로 드라마에도 데뷔했다. 그리고 '영업 3팀'을 만났다. "연기를 시작한 이래 지금껏 순탄하게 온 것 같아요. 매번 감사할 일이 많았고 누군가가 많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미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존경하는 이성민 선배를 비롯해 영업 3팀의 호흡은 정말 두말할 나위가 없어요. 매번 너무 많이 배우고 있어요. 박과장(김희원) 에피소드 때는 배우끼리 연기적으로 부딪힐 때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기는 연기이고, 김대리처럼 실제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김대명은 "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지구를 구하는 게 슈퍼맨이 아니고 김대리, 영업 3팀의 삶이 바로 슈퍼맨의 삶이 아닌가 싶어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해서 아침 대충 때운 채 항상 일에 치이고, 일만 하다가 끝나잖아요. 김대리는 지금도 계속 일하고 있어요. (웃음) 이런 삶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가 촬영하면서 계속 생각해요. 다들 어떻게 버티시나 싶어요."

실제로는 김대리처럼 못 살것 같다는 그는 '미생'이 사실적이긴 하지만 김대리가 속한 영업 3팀의 모습은 판타지임을 안다고도 말했다.

"드라마 시작하면서 제작진도 영업 3팀 자체가 판타지라고 했는데, 저도 제 주변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니 장그래 같은 인물이 대기업에서 버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영업 3팀과 같은 인간적이고 끈끈한 팀워크도 현실적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적어도 저희 배우들 간의 호흡은 영업 3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김대명은 '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초반에 장그래가 김대리를 퇴근 후 집으로 데려가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한 대목을 꼽았다.

"그때 김대리가 장그래에게 '넌 실패한 게 아니야. 인생은 다가오는 문을 하나씩 열어가며 사는 것 같아'라고 말했는데 그 장면 찍을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원래 집에 TV가 없어서 드라마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미생'은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정말 재미있는 것 같다"는 그는 "김대리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우리 중 누군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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