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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칼럼] 아직도 불편한 금융소비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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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30 21:25:38 수정 : 2014-11-30 21: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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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불건전 영업 ‘감독’에만 치우쳐
고객 입장서 권리보호 대책 강구해야
이따금 들리는 집 앞에 있는 가게 아주머니의 착한 아들 이야기며 동네에서 간간이 전해주는 좋은 소식이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잠을 줄이고 서서 밥 먹으며 아껴 모은 몫돈을 펀드에 넣었다가 원금의 일부를 날리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올해 초부터 금융회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선포식을 하고 소비자보호행동원칙을 선서를 하며 외쳐대는 장면이 떠올라 씁쓸한 생각마저 들었다.

고도의 금융공학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은 다른 상품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금융사 직원의 설명과 약속에 의해 구입한다. 당연히 판매자인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변액보험, 파생상품, 결합상품 등 더 다양화하고 복잡해 정보 비대칭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다행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금융소비자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중요한 금융정책 과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지금까지도 금융소비자보다 금융회사의 이익이 우선시되면서 법규 준수를 소홀히 하는 상황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아직도 일부 경영진의 내부통제에 대한 무관심과 사소한 불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성과주의 문화 등으로 불건전한 영업행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펀드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점검 항목과 점검 회사의 절반 이상이 미흡 또는 저조한 수준으로 나타난 점이 이를 말해준다. 연금 전환이 가능한 종신보험을 마치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판매하고 있고 계약 체결 후 무효나 해지되는 불완전 판매비율이 21.4%나 된다고 한다.

금융사 직원의 설명에 의해 상품을 구입하다보니 설명을 들었다는 항목에 싸인했다는 사실만으로 복잡한 상품을 다 이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불완전판매가 내재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슈는 아직도 감독권한의 재편성에 쏠려있어 안타깝다.

무엇보다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가 근본적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1조에 금융수요자 보호를 명시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업무에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감독에 관한 업무만 규정하고 있다. 현재 2012년 7월 정부가 제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의원 발의에 의한 여러 개의 금융소비자 보호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영업행위 규제를 하나의 법률에 담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당하게 되면 분쟁조정이나 심한 경우 민사소송으로 가야 내 돈의 일부라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불편한 소비자 보호의 현실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 체제를 개편하고 금융소비자 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 현행처럼 금융업종별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상품 거래를 상품의 기능에 따라 금융업자의 유형에 상관없이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법안에 대대적인 수술을 하고 있는데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는 금융거래 관련 법률은 금융기관의 종류에 구분 없이 동일한 기능의 금융거래에 적용하는 것이 대세다. 금융교육이나 금융상품 공시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억울한 사례가 안 나오도록 금융소비자를 권리의 주체로 보는 제도 개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요즘 창조금융이란 말이 유행인데, 비좁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금융회사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창조적 금융수요 발굴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가 절실하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가게 아주머니의 눈높이에서 금융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해 금융 관련 법률체제를 개편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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