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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뻘 경비원들 속으로 웁니다

입력 : 2014-11-28 19:45:33 수정 : 2014-11-29 11: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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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폭언에도… 용역업체 甲질에도 ‘쉬쉬’
최저임금 올라 대량해고 칼바람
온갖 명목 月 수십만원씩 떼가도, 재계약 못할까 한마디 항의 못해
“전 괜찮으니 그냥 합의할게요. 얼른 가서 일해야 합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A(73)씨는 최근 경찰서를 찾아가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주민 B(77)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죽여버리겠다” 등의 협박과 욕설을 들었다. B씨가 밀치는 바람에 A씨의 휴대전화 액정이 깨지기도 했다.

이런 사태를 목격한 아파트 주민이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서에서 B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서둘러 빠져나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그를 고용하고 있는 용역업체에 알려지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사건을 계기로 경비원들의 처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경비원에게 매달 고용지원금을 주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용역업체의 횡포를 없애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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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 100%를 주도록 한 최저임금법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면 전국 25만명의 경비근로자 가운데 60대 이상 5만명가량이 해고될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2017년까지 경비원 1인당 매달 고용지원금 6만원을 주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고용부가 확보한 내년 예산은 23억원으로는 3000여명밖에 지원하지 못한다. 새정치연합도 ‘아버지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경비원 해고 방지 예산 285억원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증액심사에서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경비원들의 처우나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역업체와 경비원 사이의 ‘갑’ ‘을’ 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용역업체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최저가’를 제시해 선정이 되는데, 이는 경비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 기간이 1년 이하일 경우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비원 계약 기간이 최근에는 3개월, 6개월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약을 위해 부당한 대우에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경비원들이 많다.

경비원 정모(58)씨는 “연차수당이나 퇴직금을 받는 경비원들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용역업체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떼어가는 돈만 한 달에 한 명당 60만∼70만원에 이르지만 6개월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우리가 용역업체에 항의했다가는 생활비마저 벌 수 없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경비원 김모(70)씨는 “택배를 분실할 경우 택배 업체와 해당 경비원이 각각 50%씩 부담하는 곳도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실이 두려워 순찰하러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병무 노무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용역업체는 무급 휴식시간을 늘리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지만 실상 이 시간에 쉬는 경비원들은 거의 없다”며 “정부가 용역업체의 투명성과 노무관리, 근로계약서 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비원 분신 논란을 겪은 서울 강남 압구정동 S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 27∼28일 ‘임단협 체결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권자 56명 중 42명의 찬성표를 얻어 파업을 잠정 결정했다.

권이선·권구성·염유섭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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