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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권운동가이자 시인인 고(故) 마야 안젤루.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흑인 여성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미혼모 출신으로 이루어낸 성취이기에 더욱 값지다. 고교 졸업 직후인 17살 때 그는 미혼모가 되었다. 아들을 키울 일이 막막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췄고 햄버거 가게에서 요리를 했지요.” 심지어 성매매에까지 뛰어들었다고 훗날 그는 회고했다.

자전적 소설 ‘나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아네’는 400만권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수많은 여성과 흑인의 멘토였던 안젤루. 미셸 오바마는 “내가 강하고 똑똑한 흑인 여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최초의 여성이 안젤루였다”고 경의를 표했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어머니도 미혼모다. 잡스 말고도 미혼모 자녀로 성공신화를 쓴 이는 많다. 미국의 ‘토크쇼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본인도 14살 때 미혼모가 된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다. 10대 미혼모의 아들인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은 한때 어머니를 누나로 알고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미혼모가 견뎌야 하는 시선은 따갑다. 편견은 미혼모가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장벽이다. ‘부도덕하다’는 낙인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멍에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편향적이다. 미혼모는 사랑을 지키지 못한 잘못은 있을지언정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사랑과 핏줄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남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욕을 먹어야 할 존재가 아닌가. 자기를 희생하고 어린 생명을 지킨 미혼모들의 모성애는 위대하다.

미혼모 출신 티켓다방 여종업원이 그제 성매매 함정 단속에 걸리자 6층 모텔에서 투신했다. 17세에 낳은 딸을 홀로 힘들게 키우던 한 많은 여성이 삶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여경을 대동하지 않는 체포작전의 허점을 드러냈다. 친정에 딸을 맡겨 놓은 그는 늘 딸을 보고 싶어 했다. “얼른 딸을 데려와 같이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고 한다. 귀여운 딸이 눈에 밟혀 모진 결심을 주저했을 그의 마지막 순간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성매매 처벌의 두려움은 삶을 더 지탱할 용기를 꺾어버렸을 터이다. 투신하며 자기의 전부인 사랑스런 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을까. 미혼모가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미혼모를 죽음으로 모는 구멍 난 대한민국의 사회안전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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