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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청춘을 돌려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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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8 21:06:19 수정 : 2014-11-28 22: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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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세대 ‘찬란한 과거’ 그리워해
매순간 청춘… 지금의 시간 사랑하라
‘모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중세 그리스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두 개의 잠언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인해 유명해진 말 ‘카르페 디엠’은 한동안 많은 사람에게 회자됐다.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겨라’란 잠언은 미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담보 삼는 현대인을 얼마나 위로했던가. 그러면서도 현재의 즐김이나 쾌락이 오만해지지 않기 위해 중세인들은 ‘모멘토 모리’ 즉, ‘네 죽음을 기억하라’고 외친다. 죽음과 삶. 닥쳐올 미래와 피곤한 현재, 이 두 개의 바퀴 속에 인간은 영원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

김용희 평택대 교수·소설가
최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박스권 1위를 달리고 있다. 올여름 극장가에서는 톰 크루즈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큰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미래 우주의 시간으로 날아간 아버지가 현재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딸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하루라는 타임슬립에 빠진 군인이 등장한다. 죽었다 깨어나면 다시 새로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죽고 다시 깨어나 똑같은 하루를 살 때마다 그는 어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인간으로 끝없이 탈바꿈한다. 근대적 인간, 점점 진보하고 성숙해 나아가는 인간의 전형적 모델이다.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SF물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타임슬립 영화는 한국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질 급한 한국인들이 더 앞당겨 달려가고 싶은 곳도 ‘미래’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한국인만큼 ‘과거’를 즐기고 향수하는 국민도 없다. 한국영화는 ‘잃어버렸던 찬란한 한때’ ‘찬란한 과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가 흥행을 하더니 최근에는 드라마 ‘미스터 백’이 절찬리 방영되고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고집스럽고 자기중심적인 할머니가 젊은 20대 처녀로 돌아가 젊었을 때 이루고자 했던 꿈을 이루는 이야기다. 영화는 잃어버렸던 청춘의 한때 꿈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미스터 백’에서도 재벌회장인 70대가 30대 젊은이로 돌아가 새로운 청춘을 사는 이야기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남자버전이다.

60, 70대들이 TV 앞에서 드라마만 보고 있다고 욕하지 마라. 청춘 멜로에 빠져 있다고 주책이라 욕하지 마라. 그들은 스크린에 그들의 청춘 시절을 투사시키고 있다. 예능TV프로 ‘꽃할배’시리즈도 청춘에 대한 열정을 지닌 할배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청춘을 그리워하고 청춘으로 돌아가고 청춘을 노래하고 있다.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춘을 달리다’ ‘청춘의 문장들’ 그리고 예능프로 ‘꽃보다 청춘’ 등 청춘에게 보내는, 청춘을 위로하는, 청춘을 그리워하는 수많은 전언이 허공 중에 난무한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에게 ‘청춘특강’이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 청년들에게 ‘청춘’은 녹록지 않다. ‘청년실신’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청춘의 때에 정작 ‘청춘’의 아름다움을 찾기에 현실은 너무 황폐하다. 한국인들에게 청춘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청춘은 지나간 것에 대한 연정의 형태로 남는 듯하다.

과연 청춘은 ‘부재(不在)’하는 것에 대한 연정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지나간 것들은 언제나 아름답고 현실은 언제나 막막한 것인가.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거리에 울려퍼질 것이다. 거리에 사람들은 바삐 어딘론가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시간은 정직하게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현재를 즐기되(카르페 디엠) 시간의 죽음을 잊지 않는 겸손(모멘토 모리). 이 쾌락 원칙과 현실 원칙을 기억하는 한 우리의 시간은 언제나 ‘청춘’이지 않을까. 방황이든 좌절이든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이든 지금의 시간을 사랑한다면 청춘이다. 언젠가 닥쳐올 죽음을 겸손히 잊지 않고 있다면 우리 인생 매순간은 ‘청춘’이다. 청춘은 ‘이미’ 돌아와 있는 것이다.

김용희 평택대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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