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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7일 해외 반출 반가사유상…대여 불가 다비드상

입력 : 2014-11-27 21:09:58 수정 : 2014-11-27 2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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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古都에서 배운다] 우리의 현주소에 관한 단상
한국 대표 유물 잦은 해외 반출로 논란
伊 “다비드상 국가 정신 대표하는 유물
감상하려면 그 국가에서 보도록 해야”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둘러본 이탈리아의 로마, 피렌체, 아시시, 시에나, 베네치아는 놀라운 도시였다. 수천년, 수백년 된 문화유산이 지금껏 남아 도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생활의 근거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부러움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건축 문화재의 경우엔 시민들에게 집이자 시장이며, 쉼터였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문화재 보존·활용의 역사, 자부심은 깊고 컸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의 현실을 떠올렸다. 이탈리아의 경험과 현실은 우리가 겪었고, 고민 중인 몇 가지 일에 참고할 만하다.

# “다비드상을 보려면 피렌체로 오라”


지난해 여름, 국립중앙박물관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83호)의 미국 전시를 추진하자 문화재청이 반출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충돌했다. 우여곡절 끝에 반출은 됐지만 한국의 대표 유물들이 자주,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는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상의 소장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곳이다. 이곳 안젤로 타르투페리 관장에게 다비드상의 해외 대여 가능성을 물었다. “절대 대여할 수 없는 유물이다. 국가의 정신을 대표하는 유물은 그 국가에 와서 보도록 해야 한다.” 더 물을 것도 없는 단호한 대답이었다.

‘한국 대표’ 반가사유상은 1960년 이후 54년 동안 2057일 이나 반출됐다. 한국 전통문화의 해외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는 반가사유상과 같은 1급 유물의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 전통문화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반가사유상인들 알까 싶어진다. 무엇보다 1급 유물에 손쉽게 기대려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물을 선보일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 “근거 자료가 없다면 복원이 아니다”

경주의 월정교는 신라 궁성의 주요 통로로 760년(경덕왕 19년)에 축조되었다. 사라졌던 이 다리의 복원 작업이 추진돼 지금은 얼추 모습을 갖췄다. 그런데 축조 당시 월정교의 모습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근거 자료가 없는 문화재 복원이란 있을 수 없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스테파노 데 카로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복원을 왜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 상업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출발부터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스테파노 사무국장의 말대로라면 고증작업을 거치긴 했지만 지금의 월정교는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의미의 복원인지가 의심스럽다. 월정교를 두고 ‘큰 나무를 사용했는 데 그 시절에 정말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대의 구조, 형태 등을 직접 전하는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복원이 추진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비슷한 시기 혹은 후대의 비슷한 사례, 중국·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한다지만, ‘상상’에 머물 소지가 크다. 섣부른 복원이 원형 논란를 유발하는 이유다.

# “문화재 복원은 속도전이 아니다”

로마 국립복원학교 도나텔라 카베찰리 교장은 “문화재 복원, 보수는 속도전이 아니다. 섬세하고 지루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남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는 이 말이 크게 울렸던 건 숭례문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부실 복원 논란을 거친 숭례문 앞에는 재시공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문화재청은 문제가 된 전통 안료의 연구·복원에만 길게는 5년까지 잡고 있다. 2008년 화재 후 복원까지 5년이 걸렸는데, 다시 그만 한 시간을 예정하고 있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복원에 필요한 기술이 없다면 훼손된 문화재를 수장고에 넣어두고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조급증을 부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통에 과하게 매달렸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복원공사 당시 문화재청은 재료와 시공 방식은 물론 작업자들의 복장과 작업도구, 재료의 운반방식에까지 전통을 적용하려 했다. 그러나 전통 기술·재료의 상당수는 단절됐고, 현대적 방식에 익숙한 작업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원칙은 조금씩 무너졌고, 그런 사실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 여론의 뭇매를 불렀다. 피렌체 복원기관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전통 도구를 사용하는 데까지 집착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 앞뒤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 참고할 부분은 있다. 무엇이 가능하고 필요한지를 분명히 하고, 안 되는 부분은 솔직하게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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