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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1874∼1965)이 총리 퇴임 후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를 할 때의 일이다. 연단에 오른 처칠은 1분여간 침묵하다 “포기하지 마세요(Don’t give up)”라고 말문을 열었다. 다시 30초의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조금 더 큰 소리로 한마디를 던졌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Never give up).” 또다시 이어지는 침묵.

처칠이 누구인가. 초등학생 때는 학습지진아, 중학교 때는 3년이나 유급한 ‘관심학생’이었다. 샌드퍼스트 사관학교도 3수를 해서 겨우 갔을 정도다. 그런 그가 총리가 되어 2차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다. 학생들이 그의 일대기를 모를 리 없다. 처칠의 침묵으로 연설이 끊길 때마다 감정이입이 된 학생들의 흐느낌이 커졌다. 그때 처칠은 마지막 한마디를 우렁차게 외치고 퇴장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Don’t you ever and ever give up!)” 오뚝이 인생을 산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연(鳶)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이 말에는 역경을 즐기는 듯한 그의 낙관적인 인생관이 녹아 있다.

성공은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열매다. 기업경영이라고 다를까. SK하이닉스가 오뚝이 신화를 쓰고 있다. 현대전자로 시작해 빅딜→위기→워크아웃→매각 과정을 거쳐 재탄생한 하이닉스의 비상이 눈부시다. 2011년 8위였던 글로벌 반도체업계 매출 순위가 지난해 5위로 껑충 뛰었다.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삼성에 이어 2위다.

올해 영업이익도 4조9000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 전망이다. 오뚝이가 따로 없다. IT업계의 ‘미운 오리새끼’였던 SK하이닉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이다. 감원, 임금동결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과감한 투자, 기술혁신의 결과다. 그룹의 미래를 건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과 기업가 정신이 빛난다

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내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공장에 15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인데 73조원의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와 20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분석했다. 하이닉스의 부활스토리는 절망에 빠진 기업과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 패자부활이 쉬운 사회는 언제 올 것인가.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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