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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세상] 왜 동물병원 진료비는 천차만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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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6 21:15:04 수정 : 2014-11-26 21: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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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아픈 냥이(고양이)를 버릴 생각까지 하는 내가 싫습니다.”

반려동물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면 동물을 키우면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탄식이 넘쳐흐른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사회’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동물과의 동행이 삶의 부수적 선택인 만큼 부담은 마땅히 개인의 몫이지만, 인구의 20%(약 1000만명)가 이런 선택을 하는 시대여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대표적인 예가 동물병원 관련 의료법이다. 같은 처방에 같은 비용을 청구하는 일반병원과 달리 동물병원 진료비는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 폐지 이후 천차만별이 됐다. 애초의 취지는 경쟁을 통해 진료비 하락을 유도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진료비가 일제히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월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를 거둔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고양이 치사율 50%가 넘는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린 고양이였다. 같이 사는 녀석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어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일주일 입원비로 80만원이 나왔다. 동물에게 돈을 쓴 첫 경험이라 가슴이 철렁했다. 그나마 우리 고양이가 구조된 길고양이인 점을 감안해 의사가 50% 할인해준 가격이었다. 배려에 감사했지만 일반병원과 비교하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 경쟁이 이뤄지려면 진료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 일부 병원이 이를 꺼리는 점도 문제였다. 첫 고양이가 세상을 떠나고 난 이후에 가족으로 맞은 두 마리 고양이와 몇몇 병원을 전전해보니 진료 내역과 비용을 알려주는 곳과 차일피일 미루는 곳 등 제각각이었다.

이와 달리 산업계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강아지 유치원, 애견 전용 TV채널, 고양이 호텔 등 아이디어도 기상천외하다. 강아지 유치원의 경우 스쿨버스 등하원부터 배변훈련, 사회성 키우기 프로그램까지 어린이 유치원 뺨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동물을 위해 돈을 쓰라’는 유혹이 넘쳐흐른다.

독거노인이나 노숙인 등 일부 소외된 계층에게 반려동물은 삶의 의지를 북돋아주는 힘이 된다. 그러나 돈이 없어 조금 키우다가 버리거나 아픈 동물을 마음 아파하며 바라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동물이 아플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차라리 고통 없는 세상으로 떠났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물 키우기가 엄연히 개인의 선택인 만큼 이를 사회의 부담으로 떠넘길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보다 생명 주기가 짧은 반려동물과의 시간이 삶을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 의료비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게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15년 전 폐지된 동물의료수가제를 되살리는 일이 그 첫걸음일 듯하다. 일반병원처럼 동물병원 진료비도 시장 논리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염두에 두고 책정돼야 한다.

이현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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