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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맞선 투사 춘향, 사랑도 승리로 이끌까?

입력 : 2014-11-26 20:24:40 수정 : 2014-11-26 20: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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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창극 ‘다른 춘향’
12월 6일까지 무대에 올라
“과연 정의의 승리 뒤에 더 큰 사랑의 승리가 뒤따를까요?”(창극 ‘다른 춘향’ 내레이션 중)

‘정의’는 뚜렷하지만 ‘사랑’은 흐릿하다. 국립창극단의 창극 ‘다른 춘향’ 속 춘향은 지고지순한 사랑의 상징보다는 무자비한 권력에 맞서 신념을 지키는 투사에 가깝다. 세계적 거장 안드레이 서반의 파격적 연출은 춘향의 고난과 항쟁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안드레이 서반이 연출한 창극 ‘다른 춘향’은 춘향을 권력에 맞서는 투사로 그려낸다.
국립극장 제공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춘향의 고문 장면이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반라에 가까운 춘향을 둘러싸고 차례차례 내동댕이친다. 몽둥이질 당하는 춘향은 모래와 물이 깔린 바닥을 뒹군다. 그러다 춘향의 몸에 핏물이 끼얹어지는 순간엔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온다.

폭력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투사로서의 춘향의 면모는 더욱 두드러진다. 극중 검찰이 죄를 인정하느냐고 물을 때 춘향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형법에 유부녀를 강간한 죄는 어떻게 처벌한다고 되어 있습니까”라고 따져 묻는다. 피를 토하는 듯한 창(唱) 또한 재해석된 춘향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에 반해 몽룡은 춘향의 고난을 지속시키는 역할에 불과하다. 몽룡이 암행어사 신분을 드러내며 변학도 일당을 혼내는 장면은 영웅이 악당을 응징하는 식의 쾌감보다는 갑작스런 재해가 덮친 듯한 혼란만이 가득하다. 가까스로 몽룡과 재회한 춘향은 “어떻게 3년 동안 전화 한 통 안 할 수 있어? 클럽 언니들이 건네는 농염한 눈빛에 홀렸던 거야”라고 힐난한다. 극은 마치 해피엔딩인 듯 흘러가지만, 정작 춘향만은 단 한 번의 미소도 지어보이지 않는다.

도전적 재해석인 만큼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분명 눈에 띈다.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김에 따라 오늘날 한국 정치나 사회 문제를 풍자하는 대목을 군데군데 배치했지만 자연스럽게 작동하진 않는다. 영상을 활용한 연출도 종종 극 흐름을 방해한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2월6일까지. 2만∼5만원. (02)2280-4114∼6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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