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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안무 건축이야기, 현대미술의 겨울을 깨우다

입력 : 2014-11-25 21:21:58 수정 : 2014-11-25 21: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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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展·조민석展… 전시공간 건축가 초대 잇달아 건축가들의 전시공간 초대가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공간의 안무’라는 차원서 미술과 건축은 다를 게 없다. 무대예술에서 음악이나 연기에 맞는 춤을 창작하고 구성하는 것을 안무라고 한다면 공간에 맞는 조형과 건축을 하는 것이 미술과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선 건축에 스토리가 많아지면서 전시콘텐츠로 어울리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건축계는 프로젝트가 줄어들면서 이야기만 많아졌다고 자조할 정도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조차도 정례적으로 건축가 전시를 마련하고 있다. 전시품들이 조형물과 어떤 차이가 있나 질문을 하게 만든다. 야외 설치물들은 더욱 그렇다. 융복합시대의 조류로 그냥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우하우스’ 전은 그 뿌리를 확실히 해주고 있다.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1919년 세운 독일의 예술·디자인학교다. 1933년 문을 닫았지만 ‘무대’라는 실험공간을 통해 건축과 무대예술, 미술(디자인)을 통합적으로 가르쳤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가를 길러냈다. 전시에서는 그 실험무대를 재현해 내고 있다.

무대에서 학생들은 색·선·평면·원근법 등을 배우는가 하면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무대예술)도 익혔다. 무대를 통해 건축 공간도 연구했다. 무대가 하나의 오픈 플랫폼이었던 것이다. 융복합이 요구되는 시대에 다시금 바우하우스 정신이 주목받는 이유다. 요즘 건축이 전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건축적 상상력이 아이디어 고갈의 현대미술에 새로운 시너지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구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긴 건축가 조민석(48)을 초대했다. 순수예술을 다룬 삼성미술관이 건축장르를 전시에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내년 2월1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국내외 건축계에서 ‘차세대 건축가’로 주목받는 조민석이 2003년 건축사무소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한 이래로 12년간 추구한 건축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건축가 조민석이 750개의 훌라후프를 엮어서 만든 설치물 ‘링돔’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조민석은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이끄는 네덜란드 설계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에서 근무하고 1998년 건축가 제임스 슬레이드와 뉴욕에서 ‘조슬레이드 아키텍처’를 설립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다 2003년 귀국했다.

전시구성도 건축 완성 이전(Before)과 이후(After)로 나눠 눈길을 끈다. ‘Before’ 전시장에는 마치 매스스터디스 사무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주요 작품의 설계 도면과 모형 등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수여하는 건축 부문 은상을 받은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2010년), 다음 제주 본사인 ‘다음 스페이스닷원’(2011년) 등 주요 작품의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한국영상자료원 파주센터 건립 신축공사 설계 공모안, 서울시청사 증축 콘셉트 디자인 공모안 등 각종 공모에 냈다가 탈락한 설계안도 함께 전시됐다. 

‘After’ 전시장에서는 이미 완성된 건축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건축가의 개념이 구현된 결과물뿐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애초 건축 의도보다 좋게, 어떨 때는 난감하게 쓰이는’ 건물의 모습이 사진과 영상 등으로 소개된다.

조민석 건축가에게 건축철학을 물었다. “바깥세상에 관여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사는 방식으로 건축을 택한 것이기 때문에 건축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건축도 미술도 세상을 이해하며 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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