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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남북한 키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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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5 22:03:51 수정 : 2014-11-25 22: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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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중 가장 묵중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27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다. 136㎏에 달하는 거구였다. 144㎏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가장 왜소한 대통령도 당연히 존재한다. 4대 제임스 매디슨이다. 체중은 45㎏을 넘긴 적이 없고 신장은 162㎝였다. 최단신 대통령이다. 매디슨이 환생해 현대 선거전에 뛰어든다면 이길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현대 유권자는 큰 키에 가산점을 주는 경향이 있다. 단신 정치인에겐 저주와 같은 경향이다. 그래서 굽 높은 구두까지 찾게 된다.

‘대통령 키의 지표(Presidential Height Index)’라는 가설이 있다. 키 큰 후보가 유리하다는 가설이다. 카터가 포드를, 조지 W 부시가 존 케리를 꺾은 예외가 있다. 하지만 대체로 적중한다. 각종 선거 결과가 그렇다. 후보는 예민하게 마련이다. 2004년 미 민주당 예비선거 주자였던 하워드 딘은 자신을 ‘작다’고 한 뉴욕타임스에 격분해 173㎝에 가깝다고 박박 우기다 결국 172㎝라고 물러서야 했다. 키를 좀 붙여서 말하는 편이란 변명도 해야 했다. 키에 민감한 현대 선거판이기에 빚어진 일화다.

정치인만인가. 천만에. ‘허영의 시장’을 쓴 19세기 영국 소설가 윌리엄 새커리는 “잘 생긴 바보의 매력에는 아무도 못 당한다”고 했다. 키는 그 매력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핵심 요소다. 일반인도 충분히 민감하고 예민하다. 어린 여대생의 ‘루저’ 발언으로 5년 전 생난리가 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180㎝에 못 미치는 남자들이 가진 내밀한 상처를 건드린 ‘죄’가 컸던 것이다. 영국 생물학자 대니얼 네틀은 실증연구 끝에 아예 ‘결론’을 냈다. “키 큰 남자는 키 작은 남자보다 출산 성공률이 높다”고.

남북한 11살 아이의 키 차이가 20㎝ 가까이 난다고 한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다. 낯선 얘기는 아니다. 남쪽은 아시아 정상권으로 커진 반면 북쪽은 조선시대로 퇴행 중이란 분석 자료가 여럿 나왔다. 하지만 11살의 차이가 20㎝에 가깝다는 얘기마저 범상하게 넘길 수는 없다. 남북이 흡사 다른 인종인 것처럼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 아닌가. 이런 황당한 지리적 변이가 없다.

북의 아이들에게 과연 20㎝를 극복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마음이 무겁다. 2500만 주민을 영양실조에 시달리게 하는 북한 체제의 한계도 새삼 곱씹게 된다. 이런 지표들이 널려 있는데도 ‘종북’을 부르짖는 무리가 범람하니 어이도 없고….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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