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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란법’ 껍데기로 만들어 ‘국가혁신’ 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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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5 22:06:51 수정 : 2014-12-27 15: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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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처리를 질질 끌더니 꿍꿍이가 있었던 듯하다. 원안은 고사하고 원안을 변질시킨 정부수정안보다 더 후퇴한 누더기 김영란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원안 처리”를 국민에게 약속한 여당과 강력한 김영란법 제정을 제의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손발을 맞춰 엉터리 김영란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실로 어이없는 일이다.

정부·여당에 묻게 된다. 국가혁신을 할 생각은 있는가. 부패를 뿌리 뽑을 생각은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엊그제 중국 베이징방송(BTV)과의 인터뷰에서 ‘부패와 적폐는 국민의 힘을 빠지게 하는, 경제활력을 잃어버리게 하는 원흉”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국민권익위가 새누리당에 낸 당정협의 자료 ‘부정청탁금지법 주요 쟁점별 검토방향’을 보면 부정청탁금지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형해도 남지 않았다. 이런 법으로 부패를 막을 수 있을지 의심된다. ‘부정청탁’의 개념에서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분은 삭제했다.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는 정부수정안의 4개에서 7개로 늘렸다.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도 첫 청탁은 처벌에서 제외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반복했을 때에만 과태료를 물린다고 한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신고 여부도 ‘의무’를 ‘임의’로 바꾸었다. 친족 간 금품수수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지어 직무와 관련 없는 금품 수수는 허용하는 방안을 제2안으로 내놓았다.

이런 엉터리 법으로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민권익위가 내놓은 안은 ‘부정청탁 금지법’이 아니라 ‘부정청탁 허용법’이라고 해야 할 만하다. ‘김영란법’이라는 별칭은 붙일 수도 없다. 새누리당은 국민권익위 안에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원안 통과를 위해 팔을 걷어붙여도 모자랄 마당에 엉터리 법안을 내놓은 국민권익위와 맞장구를 치니 이런 한심한 일도 없다. “청렴한 공직·사회 풍토를 확립하겠다”던 국민권익위는 이래서야 무슨 낯으로 반부패 캠페인을 벌일 것인가.

국민은 어떻게 바라볼까. “국가혁신을 하겠다더니 결국 용두사미”라고 생각할 터다. 여당이 엉터리 김영란법에 앞장서니 “청렴순위 꼴찌인 정치가 하는 일이 또 그렇다”는 불신만 더 키울 터다. ‘김영란법 원안’은 공직사회의 부패의식을 뿌리 뽑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가.

서울시가 단돈 1000원이라도 주고받거나 공금을 횡령하면 처벌하는 이른바 ‘박원순법’을 서울시 산하 18개 투자·출연기관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박원순법은 김영란법보다 더 엄격하다. 청렴혁신 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서울시는 갈채를 받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오늘부터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김영란법을 논의한다. 국민이 ‘성난 눈’으로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김영란법 원안’을 포기하는 정치가 설 곳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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