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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초시대 대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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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5 21:56:32 수정 : 2014-11-25 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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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왜 출산 꺼리는지부터 알아야
보육시설 확대·일자리 탄력운용을
내년부터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추월하는 여초(女超) 시대가 열린다.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로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를 2000년에 진입한 후 동 인구 비율이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가 2017년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17년에는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하니 머지않아 거리에는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은 노인국가가 되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그 결과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3.6% 정도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이 2060년에는 0.8%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화로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복지지출이 증가하는 반면 성장률 하락으로 세수는 감소해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생산가능계층의 노인부양비율이 증가해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작년까지 8년간 10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아 수는 줄고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8년간 100조원을 투입하고 무상보육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첫째, 여성들이 왜 출산을 주저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데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여성의 학력이 높아질수록 사회진출 열망과 경제활동 참여 욕구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출산을 하는 경우 사회진출이 불리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를 갖고 싶어도 주저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다.

막대한 재원을 동원해 보육수당을 나눠 준다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이를 하나만 갖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여성이 갖는 출산이라는 특수성과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라는 점을 인식해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의 일자리가 개방적이고 신축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중 출산하는 경우에도 계속 근무하는 남성에 비해 승진 보수 등 근무조건 면에서 불리해서는 안 되는 양성평등에 관한 새로운 규범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둘째, 보육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공공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도 시설이 태부족이고 그나마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기기를 주저하게 하는 불미스러운 사례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비싼 사설보육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니 막대한 비용이 들어 웬만한 가정에서는 다자녀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더욱 많은 공공보육시설을 만들되 경쟁하도록 유도해 공공보육의 질을 높여 부모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셋째, 보육비용과 기초연금을 연계 운용하는 제도의 묘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두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당 20만∼30만원의 양육비 보육비가 지급되고 두 부모가 있는 경우 기초연금이 각각 20만원씩 지급된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재정이 지원되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노인 모두 만족한 수준이 안 된다. 아이를 실질적으로 돌봐주는 부모에게 양육비 보육비 기초연금이 지급된다면 아이들도 사랑 속에서 자라고 노인 빈곤문제도 완화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끝으로,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고비용 결혼문화 바꾸기 캠페인 같은 것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맞벌이 시대가 시작됐는데도 육아와 가사는 여자의 몫이라는 가부장적 인식이나 고비용 결혼식 등 젊은 사람들의 결혼과 출산을 방해하는 문화가 진취적이고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혼모 출산 등 다양한 출산에 대해서도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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