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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얼버무리거나 무마해선 안돼, 진심으로 함께 아파해야 이겨낼 수 있어”

입력 : 2014-11-25 21:24:54 수정 : 2014-11-25 21: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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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 ‘하늘나라 우체통’ 세운
송길원 목사 책 ‘슬픔이 있는…’ 펴내
“예전에는 동네에서 상을 당하면 찾아와 위로하고, 싸웠던 이들도 화해하는 ‘힐링캠프’가 됐지요. 요즘은 죽음과 관련한 공동체 문화가 없어지고 그 자리를 가벼운 장례식장 문화가 차지해 안타까워요.”

세월호 참사 100일이 되는 지난 7월 24일 진도 팽목항에 빨간색 ‘하늘나라 우체통’을 세우고, 우체통에 접수된 사연을 전하며 스스로 우체국장을 자임한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57·사진) 목사가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해피홈)를 펴냈다. 재난당한 이들을 위해 쓴 일종의 심리처방전이다. 책은 성경에 나오는 엘리야 이야기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와 같은 현실사태나 영화 ‘밀양’ 등에 나오는 사람들의 재난심리를 상담자의 시각으로 해석해 현실에 적용하도록 돕고 있다.

“슬픔은 진심으로 함께 아파해야 이겨낼 수 있어요. 어설프게 얼버무리거나 대충 무마하려고 해선 안 됩니다.”

송 목사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당한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의 손길이 되고 싶어 팽목항에 400만원가량 자비를 들여 수신전용의 우체통을 세웠는데, 갖가지 사연이 쇄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2243통의 편지가 접수됐다. 책 속에는 편지도 소개되고, 이에 대한 송 목사의 답변도 들어있다.

“재난당한 사람을 일으키는 힘은 빈 속부터 채워줘야 하고, 어려운 사연을 들어주는 일입니다. 슬픔은 제어하기보다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송 목사의 기억의 시곗바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에 붙박이로 고정돼 있다. 그만큼 수백명 어린 생명들의 죽음은 충격적이었고,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4월 16일이다. 그래서 이 책의 머리말에도 ‘세월호 참사 200번째의 4월16일 하늘나라 우체국장 송길원’이라고 쓰여 있다. 송 목사는 내년 세월호 참사 1주년에 맞춰 하늘나라 우체통에 접수된 편지를 모아 희생자 애도 서간집도 낼 예정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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