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령화 시대 노인에게 필요한 건 '느림의 의학'

입력 : 2014-11-25 15:30:03 수정 : 2014-11-25 15:30: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나의 어머니, 당신의 어머니/데니스 맥컬러 지음/윤종률·유은실 옮김/허원북스/1만4500원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이 인구의 다수를 점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아픈 노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다. 자식을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하는 통에 정작 자신의 노후를 돌볼 힘은 부족한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특히 그렇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한 뒤 노인의학 전문의로 30여년 동안 환자를 진료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맞으면서 자신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와 그동안 돌본 노인 환자들의 사례를 담담히 기술했다. 어머니에 관한 대목은 아들의 입장에서, 다른 노인 환자들에 관한 내용은 객관적인 의사의 시각에서 쓴 점이 눈길을 끈다.

책은 삶의 종착역을 향한 마지막 시간을 여덟 단계로 나눈다. 노년기 후반의 인생 여정, 스스로 생활해 나가는 안정기, 입원을 수시로 하게 되는 노인성 질병 발생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는 위기의 순간, 일시적인 회복기,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생각하게 되는 기능 쇠퇴기, 결국은 죽음을 눈앞에 둘 정도로 허약해진 사망 전 단계다. 그 뒤 호스피스 관리를 받아야 하는 사망기, 그리고 사망 이후의 애도 기간이 찾아온다.

저자는 “노인에 대한 의료는 천천히 깊이 생각하고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신중하게 대처하는 ‘느림’의 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느림의 의료란 대체 어떤 것일까. 통상의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보는 정신없이 서두르는 입원 치료 대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보는 침착하고 사려 깊은 의료를 뜻한다고 책은 말한다. 한마디로 인간을 존중하고 노년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의료가 바로 느림의 의료다.

인생의 말년은 삶의 여정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특별한 시기다. 노인들과 그 가족은 이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책은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이해와 보호의 의미를 되새기고 행복하게 잘 마무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에 따르면 노인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 10여년 동안 잘못된 의료 때문에 더 악화되거나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가족과 의료진이 힘을 모으는 게 절실하다. 첨단기술을 강조하는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체계가 여생이 많지 않은 쇠약한 말년의 노인들에게도 과연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돌이켜 보게 하는 점에 책의 의의가 있다.

공동 번역자 가운데 윤종률 교수는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에 근무하는 노인병 전문의다. 유은실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병리과에 재직 중이다. 두 의사는 책을 번역한 이유에 대해 “말년의 노인 대부분은 응급의료가 필요한 질병보다는 서서히 진행하는 질병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노인들에게는 느림의 의료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