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된장남'을 수화로 어떻게 표현하나요?"

입력 : 2014-11-24 19:56:38 수정 : 2014-11-24 22:39: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표준수화사전’ 업데이트·개정 2년째 못해
"신조어·전문용어 표현 못 해…" 답답한 청각장애인들
“카페라테 등 신조어를 표현하는 표준 수화가 없다보니 오히려 같은 청각장애인끼리 소통이 더 어려워요.”

올해 여름부터 복지시설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A(32·여·청각장애 3급)씨는 얼마 전 장애인 행사장에서 난감한 경험을 했다. ‘아메리카노’ 등 커피 종류를 표현하는 수화가 없어 청각장애인들의 주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A씨는 “카페라테는 검지와 집게로 ‘L’자를 만들어 표시하는 등 복지관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는 임의로 수화를 만들어 사용한다”며 “평소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 내용을 알아 듣기에 비장애인과의 소통에는 무리가 없는데, 수화를 쓰는 이들과는 전문용어 등이 마련되지 않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가 전문용어나 신조어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표준 수화가 담긴 ‘일상생활수화사전’은 2012년 이후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년째 신조어가 수화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는 청각장애인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2000년부터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 작업을 진행, 2005년 처음으로 ‘한국수화사전’을 제정했다. 한국수화사전은 2007년 한차례 개정됐고, 이후 일상용어들을 업데이트한 일상생활 수화사전을 별책 형식으로 내고 있다.

문체부는 2010년부터는 한국농아인협회에 이 작업을 인계했지만 협회는 2012년 이후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표준화 작업을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생겨난 말들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더라도 수화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 청각장애인은 “TV에서 ‘된장남’이란 단어를 본 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표현이 안 돼서 애를 먹었다”며 “영어 스펠링을 읽어도 단어를 모르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처럼 수화에 없는 단어는 글자를 읽더라도 무슨 의미인지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수화통역사 전모(27·여)씨는 “신조어는 자음과 모음으로 일일이 표현할 수밖에 없어 의사소통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지인들끼리 임의로 수화를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용어를 나타내는 수화 역시 부족하다. 법률용어 관련 표준 사전은 2007년, 정보통신용어는 2009년, 경제용어는 2011년에 각각 한 번씩만 발행됐다.

청각장애인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관련 직업을 가지기도 어렵다.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청각장애인 B씨는 “사내 교육을 받을 때 화장품 용어를 나타내는 수화가 없어 수화 통역을 거쳐도 발표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지난해 10월 수화를 사용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내용의 ‘한국수어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돼 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12일부터 법 제정을 촉구하며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김경진 한국복지대학교 수화통역과 교수는 “국어는 신조어가 나오면 관련 기관에서 논의 후 하나의 통일된 언어로 인정을 하지만, 수화는 그런 기구가 없어 단어가 자의적으로 생겨나더라도 전파가 불가능하다”며 “연구소 등 수화 전담 기관을 만들 수 있도록 한국수어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염유섭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