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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여성·한인 출신이 핸디캡? 내겐 되레 장점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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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4 21:36:14 수정 : 2014-11-24 21: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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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김 美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당선자 “스스로 소수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들이 단점이라고 하는 것들이 저에겐 다 장점이 됐거든요.”

이달 초 미국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영 김(Young Kim) 당선자는 24일 ‘여성, 한인이라는 두 가지 핸디캡을 이겨내고 당선됐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소수자라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않는 듯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다음달 6일 취임식을 앞두고 주도인 새크라멘토, 지역구인 오렌지카운티, 로스앤젤레스를 넘나드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날 인터뷰도 그가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는 가운데 전화로 이뤄졌다.

이달 초 미국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민 1.5세의 영 김 당선자가 당선 직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 김 선거사무소 제공
이번 중간선거에서 한인 연방 하원의원 배출은 불발됐지만 캘리포니아주 하원에는 여성 한인 정치인이 두 명이나 당선됐다. 그중 캘리포니아 제65지구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김 당선자는 공화당 소속으로, 현역 민주당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그는 20여년간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내 미 정계에서 잔뼈가 굵고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소수인종이자 여성이라는 단점이 오히려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동양 여성은 온화하고 묘한 매력이 있고, 또 일도 잘한다는 호의적인 인식이 있다. 한인이기 때문에 한인은 물론 다른 동양계 유권자들의 지지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에서는 한인이 아닌 능력 있는 연방의원 보좌관으로 더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당선자는 여성 정치인이 지역구 관리에도 더 능숙하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들이 더 섬세하게 지역구를 이해하고, 지역 주민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에도 알려진 걸출한 남성 정치인들이 거시적인 것에만 집착하다가 지역구에서 참패하는 경우를 봤다”며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자신의 적은 여성 스스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절대로 스스로 여성이라는 편견의 희생자가 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얼마든지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치인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선 벌써 미국에서도 못한 여성 대통령을 만들지 않았느냐”며 한국 여성 후배들에게 보내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간 뒤 공부를 마치고 정계에서 20여년간 일하며 한국 관련 이슈를 다뤄온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조언을 했다. “한국 사회가 높아진 위상에 맞는 사고방식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일하며 만난 한국 관료들이 편견을 가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한미의원연맹협의회 일을 하며 연방 의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시니어 보좌관이었는데도 회의 입장이 제지됐다. 회의 관계자 측이 동양 여성이 미 연방 하원의원의 중요 실무 보좌역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당시 같이 갔던 미 의원들이 “영 김이 들어가지 않으면 우리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해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그는 “나중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저를 환대해줘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며 “수직적 사고 방식에 갇혀 편견을 합리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방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동아시아·북한인권 관련 일을 해온 그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김 당선자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원칙을 세우고 원칙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고 흔들리면 북한도 혼란스럽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저희(미국정계)들이 볼 때엔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미 정계는 국내 이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더라도 대외 이슈에 있어선 일관된 입장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내 차지하는 전체 인구에 비하면 아시아계의 정계 진출이 아직도 멀었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캘리포니아주 의원 중 아시아계는 10여명으로, 전체 의원(120명)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릴 때가 아니다”며 “양당의 틀을 떠나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해 목소리를 내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 당을 떠나 자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계 남편과의 사이에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홈페이지에도 소개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 당선자는 “저희 아이들은 엄마가 정치를 하는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랑스러워한다”며 “100퍼센트 저를 믿고 뒷받침해준 남편이 있어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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