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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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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4 21:09:29 수정 : 2014-11-24 2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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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여전하다. 아니 더욱 거세다. 왜? ‘사정(司正)의 칼’을 자처하는 검찰 스스로 일탈·범법 행위에 연루된 사례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같은 뇌물 수수는 고전적이다. 이뿐인가.

건전한 상식을 지닌 국민은 생각하지도 못할 해괴한 비윤리적 행위를 전현직 검찰 고위직들이 저지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사·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관련 검찰 내 연루자들이 내부 징계를 받은 사례 등은 검찰의 본령을 벗어난 대표적인 월권행위라고 하겠다. 공직자의 직분 수행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공직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아프게 경책하고 있다. “공직자는 그 위치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꾀하지 말아라(不在其位 不謀其政).”

검찰이 또다시 비판을 자초했다. 검찰이 출입기자의 우편물을 불법으로 뜯어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을 출입하는 세계일보 기자에게 온 등기 우편물 겉봉이 뜯겨졌다가 비닐테이프로 다시 봉합되어 있었고, 배달일로부터 나흘이나 지난 뒤에 전달됐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우편물에는 현직 검사의 부인이 한 관변단체 간부로부터 유럽여행 경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아간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물이 들어 있었고, 지방검찰청 A차장검사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기자에게 제보자가 의혹을 입증할 증거물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검찰 비리 의혹 내용물이 담긴 우편물이다. 그 우편물 겉봉이 뜯겨져 있었으니 검찰이 고의적으로 훔쳐봤다는 의심을 가질 만하다.

사악함을 깨뜨리고 올곧음, 곧 정의를 구현한다는 검찰의 ‘파사현정(破邪顯正)’ 정신의 퇴색이다. ‘순자’는 “명분을 바르게 하면 정의에 통하고(正分眞名通義則), 혼란스러우면 백성이 의혹에 빠진다(昏冥混沌人民惑)”며 “도리와 사정에 맞게 해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라(中道和情明曲直)”고 가르쳤다. ‘본분 몰각증’에 빠진 일부 검찰은 새겨들어야 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不在其位 不謀其政 : ‘그 위치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꾀하지 말라’는 뜻.

不 아닐 부, 在 있을 재, 其 그 기, 位 자리 위, 不 아닐 불, 謀 꾀 모, 政 정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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