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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의 월드와이드 뷰] 오바마의 이민 개혁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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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3 19:06:25 수정 : 2015-02-23 21: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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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불법체류자 500만명 추방유예, 공화당 거센 반발 불구 행정명령 강행
서유럽 등선 밀입국 외국인 ‘눈엣가시’, 경기 침체 속 저학력 노동자들 넘쳐나
미국에는 줄잡아 1150만명가량의 불법 체류 외국인이 있다. 멕시코 등을 거쳐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밀입국했거나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왔다가 체류기간을 위반하고 눌러앉은 사람들이다. 미국은 지난 40여년 동안 불법 체류 외국인 문제에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약 270만명이 구제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400만∼500만명가량을 구제하기로 했다.

이민자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현안이 결코 아니다. 내용과 환경은 다르지만 한국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유엔의 통계를 보면 자기가 태어난 나라가 아닌 제3의 국가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2013년 기준으로 약 2억3200만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지난 10년 사이에 40% 증가했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의 15∼20%가 불법 체류 외국인이라고 국제이주기구(IOM)가 밝혔다. 

지난 10∼15년 사이에 급속하게 세계화가 진행됐다. 그러다가 2008년 말에 글로벌 경기 침체기가 찾아왔다. 세계 각국은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에 따른 이민의 물결은 지구촌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되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로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은 외국인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편승했다. 영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앞다퉈 국경 봉쇄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영국은 외국인 유입을 막으려고 역내 국가 간 자유 이동 권한이 보장된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중동, 서남아 지역에서 밀려드는 밀입국 외국인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EU에 불법 입국한 외국인이 10만30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유럽에 비하면 미국의 이민 정책은 성공한 편에 속한다. 서유럽에는 저숙련, 저학력의 합법 또는 불법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범람하고 있다. 미국에는 저학력, 비숙련 외국인과 함께 고학력, 전문 외국인 인력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현재 미국 대학 석사, 박사 과정 학생의 17%가 외국인이고, 이 외국인 학생의 절반가량이 엔지니어링, 과학, 비즈니스 전공자라고 미국 대학원협회가 최근 밝혔다. 미국은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 박사 학위 취득자 등에게 영주권을 주고, 미국에 잔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은 1년에 6만5000개로 제한된 외국인 전문 인력 취업 비자인 H-1B의 쿼터를 늘리도록 정치권을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이민 모델은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미국보다는 실패한 유럽 모델을 닮았다. 아직 고학력 전문 외국인 인력을 한국에서 교육하고, 한국에 잔류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한국이 출산율의 급속한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 구조에 빠지지 않으려면 젊은 외국인 고급 두뇌를 대거 유치해 젊은 층의 인구 비율과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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