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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병서 ‘위료자’에 ‘천금불사 백금불형(千金不死 百金不刑)’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천금을 뇌물로 바치면 죽은 목숨도 살리고 백금이 있으면 죄를 면한다는 뜻이다. 뇌물의 위력을 표현한 말이다. “작은 뇌물, 큰 기쁨”, “네가 준 작은 뇌물, 열 배 되어 돌아온다”라는 우스개도 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곤 웃음보를 터트리지만 그 말이 근거 없이 나온 게 아니라는 것쯤은 직간접 경험으로 안다.

뇌물은 물욕에 약한 인간의 약점을 파고든다. 물밑 거래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미국 법학자 존 누넌은 저서 ‘뇌물의 역사’에서 뇌물을 주는 행위를 마술에 비유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정신적 포로가 돼 안 되는 일을 되게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대파 의원 2명을 뇌물로 회유했다. 뇌물이 미국 노예해방에 기여했다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고구려의 군사적 지원을 협상하러 갔다가 억류된 신라의 김춘추가 보장왕 측근 선도해에게 청포(靑布) 300보를 주고 탈출하지 못했다면 삼국통일 역사는 다르게 쓰여졌을지 모른다.

대의명분을 위한 뇌물이라면 보기에 따라 박수를 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뇌물은 대개 부패와 양심 마비의 씨앗이 된다. 예수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제자 가롯 유다를 매수하는 데 쓰인 30냥의 은이었다. 유다가 뇌물의 포로가 되지 않았다면 기독교 역사는 180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적 관계가 중시되고 관료의 영향력이 큰 나라일수록 뇌물이 성행한다. 중국이 대표적인 나라다.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605평 규모의 호화저택에 1t 이상의 현금과 200㎏에 달하는 보물과 서화작품을 숨겨놓았다가 적발됐다. 중국군 부패의 몸통으로 불리던 그다. 부하들의 승진 등을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고 한다. 뇌물액이 최대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평등을 부르짖는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의 양두구육 행태에 혀를 차게 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3년 부패지수를 보면 중국은 177개국 중 80위였다. 2007년 72위에서 외려 뒷걸음쳤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오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부패 선진국’ 오명을 벗지 못하는 한 국제사회로부터 진정한 G2로 대접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 아닐까.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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