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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칼럼] 세력권의 국제정치와 국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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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3 21:50:59 수정 : 2014-11-23 21: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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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관계 조폭들과 다를 바 없어
강·소국과 외교적 다변화 모색해야
조금 천박한 비유지만, 국제정치는 곧 조폭정치라는 표현을 가끔 쓴다. 첫째, 국가는 기본적으로 폭력조직이다. 내부적 통제에서 그렇고 그 대외적 관계에서 그렇다. 둘째, 그들 사이의 관계가 무법적이다. 법을 제정하고 권위적으로 해석하고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상위 권위체가 없는 세계에서 국가들 사이의 관계는, 서로 탈법적이라서 법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조폭들 사이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다.

그 같은 성격을 잘 보여주는 국제정치 용어가 세력권이다. 조폭들 세계에서 흔히 쓰이는 일본말 ‘나와바리’와 꼭 닮았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은 군사적 지배와 경제적 예속을 통해 배타적인 세력권을 형성하고 그로부터 자국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추구했다. 1894년 중국과 일본, 1904년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을 ‘나와바리’로 삼고자 전쟁을 했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
강대국들의 세력권 확장은 목표인 동시에 수단이다. 지역구가 탄탄해야 전국구로 클 수 있듯이 세력권의 확장은 곧 강대국의 자격 유지를 위한 조건이자 그들 사이의 경쟁을 위한 자산이다. 즉 특정 지역에 대한 특수한 지배권을 인정받음으로써 강대국의 자격이 생기고, 그 세력권의 자원이 세계무대에서의 경쟁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단지 흘러간 노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곧 서방과 러시아 사이 세력권 다툼에 다름 아니다.

세력권 확장 경쟁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대상이 되면 바로 약소국이다. 강대국 정치에서 약소국의 입장은 비참하다. 자칫 주권 또는 영토를 잃거나, 주권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책적 자율성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강대국들이 세력권 확대를 통한 권력을 추구한다면, 약소국들은 주권과 영토, 나아가 정책적 자율성의 보전을 위해 권력을 추구한다. 국제정치는 이래저래 권력정치다.

상대적 약소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다변화·다원화·다양화가 답이다. 첫째, 국가의 활동을 다양화하고 국력의 요소를 다원화한다. 세계화, 정보화로 대표되는 21세기에 국가의 역할은 더 이상 안보와 질서 유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 삶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삶의 질을 재는 척도가 다양해짐에 따라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한 국가의 활동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국력의 요소가 달라져서, 더 이상 부국강병만이 국력의 지표가 아니게 됐다. 과학기술력, 문화적 창의력, 도덕적 지도력 등이 모두 국력의 핵심요소로 등장했다. 이처럼 국력의 요소가 다원화되고 국가활동이 다양해질 때 한 국가에 대한 다른 국가의 통제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외교적 관계의 다변화다. 하나는 강대국들과의 관계이다. 국가 규모의 차이에 따라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불균등 상호의존, 즉 의존관계는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복수의 강대국 사이에 가급적 의존을 분산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특정 분야의 의존을 다른 국가에 대한 다른 분야의 의존으로 균형 잡는 전략적 지혜와 행보가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유사한 위치에 있는 국가와의 연합이다. 유사한 위치에서 유사한 이익을 도출하고 세계무대에서 그것의 유지, 증진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오늘날 외교의 지혜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중견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소위 ‘중견국 외교’의 일환으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과 믹타(MIKTA)를 결성했다.

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맞아 다음 달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한다. 아세안이야말로 강대국 정치에서 자율성을 도모하는 약소국의 연합체며, 국가들 사이 국력 편차가 매우 큰 동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에 매우 자연스러운 동반자다. 기대가 크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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