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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몸매 관리할 시간도 돈도 없어 … 뚱뚱한 외모까지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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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2 06:00:00 수정 : 2014-11-22 10: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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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능력… 건강관리 무리한 투자
비만은 사회 불평등의 산물
불룩 나온 배와 두꺼운 허벅지를 가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은 구석기시대에는 미녀의 표상이었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가난과 자기관리에 대한 실패를 상징한다. 부의 상징이었던 비만이 건강과 몸매를 관리할 돈과 시간이 부족한 저소득층의 ‘가난병’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더욱이 이제는 가난뿐만 아니라 비만도 대물림되고 있다. 이런 탓에 ‘비만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모가 곧 능력’… 피트니스 푸어(Fitness Poor)까지


취업준비생 정모(25·여)씨는 최근 다이어트 컨설팅 업체에 등록했다. 대기업 면접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원인이 키 162㎝에 60㎏가 넘는 ‘뚱뚱한’ 몸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주에 250만원을 호가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취업 후 갚겠다는 조건으로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정씨는 운동을 하며 체지방을 분해해주는 기계로 관리를 받고 있다.

정씨는 “뚱뚱한 외모 탓에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며 “다이어트 비용이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명 중 1명(51.6%)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몸매 관리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5명 중 3명이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9%는 ‘외모가 곧 능력이자 자기관리의 척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풍조가 짙어지면서 ‘피트니스 푸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 말은 정씨처럼 자신의 수입에 비해 무리한 지출을 하며 피트니스센터에서 전문가에게 개인 지도(PT)를 받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PT를 받으려면 1회에 6만∼1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여기에 사물함이나 운동복을 대여하려면 각각 1만원이 추가된다.

운동뿐만 아니라 시술이나 다이어트 보조제 등도 인기다. 지방을 분해해주는 주사 요법인 카복시 시술은 1회에 1만∼3만원 수준이며, 보통 한 달에 8회 이상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이어트 한약은 30일치가 보통 30만∼50만원 한다.

◆‘비만은 불평등의 산물’… 정부 적극 나서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검진 빅데이터(2002∼2013년)를 분석한 결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초고도비만율이 소득 수준이 높아 보험료를 많이 내는 최상위 집단(보험료 상위 5%)보다 3.5배 높았다.

또 소득이 높을수록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도 국민건강통계’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더 많이 운동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비율도 높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하는 소득 상위층이 전체의 22%에 달했지만 소득 하위층은 14.4%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소득 상위층의 비만율은 29.5%로, 하위층(34.3%)보다 4.8%포인트 낮았다.

가난할수록 비만율이 높다는 학계의 발표가 잇따르자 비만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과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돈을 버느라 운동할 시간마저 부족한 저소득층에게 비만 치료를 지원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는 이미 수년 전부터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보건의료원구원 등은 10여년 전부터 비만 유병률이 저소득층에서 높다는 점을 고려해 고도비만에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려운 초고도비만 환자들이 위밴드술(600만∼800만원)이나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1200만∼1300만원)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에 비만 치료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안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실시된 위밴드술 1700여건 중 절반 이상이 고도비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실시된 데다 최근 가수 신해철씨 죽음 이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번 안이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장은 “영양 불균형 등 사회적 불평등이 비만과 합병증을 유발하고 취업이나 결혼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비만을 병으로 받아들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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