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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블랙프라이데이가 뭐길래

입력 : 2014-11-21 19:04:50 수정 : 2014-11-22 00: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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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기다렸다”… 직구족, 美 최대 할인기간 앞두고 ‘들썩’
직장인 김모(30)씨는 미국의 최대 할인판매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데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 차례 예행연습도 마쳤다. 김씨는 지난 9일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운동화를 구입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배송 대행업체에 가입해 배송 대행지(배대지) 주소를 확보한 뒤 미국 쇼핑몰에 가입할 때 입력하고 운동화를 샀다. 배송 대행업체로부터 물건이 배대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고 배송비를 결제했다. 이후 한국에 도착한 물건은 택배를 통해 김씨의 손에 들어왔다.

김씨는 국내에서 14만7000원에 파는 운동화를 물건 값 9만9000원, 배송비 1만6000원을 더해 11만5000원의 가격으로 11일 만에 물건을 받았다. 김씨는 “물건이 잘못 오거나 늦게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잘 도착했다”며 “블프데이 때는 헤드폰을 살 생각”이라고 했다.

오는 28일 시작되는 블프데이를 앞두고 한국이 들썩이고 있다. 국내보다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어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해외 직구의 마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느는 추세다. 국내 업체가 지금의 할인 판매정책을 유지한다면 직구족의 증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반의 준비 마친 직구족

“블프세일은 블프 당일만 하나요?”

블프데이를 앞두고 해외 직구 인터넷 카페에는 블프데이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유명 카페는 하루 수백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해외 직구 카페가 90여개 이상 새로 개설됐다.

최민준(24)씨는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구경만 하는 ‘직구 눈팅 족’에서 벗어나 이사간 집에 놓을 TV를 살 계획이다. 최씨는 “55인치 TV를 사려고 하는데 699달러(약 76만원)에 살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같은 제품이 140만∼150만원 선이고, 인터넷 최저가도 120만원쯤 된다”고 말했다.

직구족의 설레는 마음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G마켓이 지난 1∼11일 고객 24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가 ‘올해 블프데이 때 해외 직구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해외 직구 이유로는 75%가 ‘관세나 배송비를 고려해도 국내보다 싸다’, 17%가 ‘국내 미 입점 브랜드, 다양한 디자인 등 상품 수가 많다’고 응답했다.

◆쇼핑 국경 무너뜨린 똑똑한 소비자들


해외 직구는 2000년대 중반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시작했다가 점차 퍼져나갔다.

직구 1세대인 김영록(25·대학원생)씨는 “10여년 전 일본에서 유행하던 디지털 토이카메라를 직구로 샀다”며 “국내에서 40만원 하는 이어폰을 미국 쇼핑몰 아마존에서 99달러(약 11만원)에 판 적이 있었는데 이때쯤부터 직구 붐이 서서히 불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살 수 없으니까 해외에서 사다가 국내에서 파는 물건도 해외에서 사면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셈이다.

국내와 해외 판매 가격이 다른 것을 불공정하다고 느낀 소비자들은 가격 정보를 모으고 공유했다. 이렇게 모인 ‘똑똑한 소비자’들은 ‘쇼핑 국경’을 허물어 버렸다. 의류뿐 아니라 가전제품, 통신기기, 명품 등 직구로 안 사는 품목이 없게 됐다. 직구족이 늘면서 직구로 산 물건을 받아 국내에 보내주는 배송 대행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최근 일부 해외 쇼핑몰에서는 한국어 가능 직원을 고용했고, 한국에 직배송을 해주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미국 연중 최대 세일기간인 지난해 11월28일 금요일 캘리포니아 콜마 지역의 한 대형 쇼핑몰에 저렴한 물건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 붐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판 블프데이 나와야


전문가들은 해외 직구 열풍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시월 건국대 교수(소비자정보학)는 “요즘 소비자들은 알뜰하고 진취적이고 현명하다”며 “직구가 하나의 경향이 됐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아동·소비자학)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탐색하거나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향상됐다”며 “열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우리나라 시장이 잠식된 상태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도 블프데이 같은 파격 할인행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아 기업을 키워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한다는 논리가 1970∼1980년대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블프데이가 우리나라에는 왜 없는지 의문이다. 자본주의 논리로 따져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현태·최형창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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