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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재앙 부르는 ‘미다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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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7 21:33:03 수정 : 2014-11-19 09: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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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난 나라 곳간에 파탄 난 무상복지
“법인세 올리자”… 四面楚歌 위기는 무엇으로 대응하나
싸움이 치열했다.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다.” “부잣집 아이에게도 공짜밥 먹이자는 건가.”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온 나라는 논쟁에 휩싸였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 오세훈 시장은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한 채 물러났다. 2011년의 일이다.

강호원 논설실장
무상복지는 이후 ‘미다스의 손’으로 변했다. ‘공짜’를 내걸면 표를 그러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야 가릴 것 없이 무상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결과는 참담하다. 돈이 없으니 공짜 약속은 공수표로 변하게 생겼다. 또 싸움을 한다. 이번에는 서로 “네가 돈을 대라”며 아우성이다. 진영논리까지 엉켜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로부터 계산하면 3년반 만의 일이다. 세 해를 가지 못해 사달이 터졌으니 이런 ‘엉터리 정치’도 없다. 이쯤되면 공짜 타령은 사라질 만도 하건만 그렇지가 않다. 신혼부부에게 1억짜리 집을 주겠다는 것을 두고 또 옥신각신한다.

바닥난 나라 곳간. 자신의 손을 미다스의 손으로 착각한 걸까, 정치인은 ‘묘방’을 또 내놓았다. “세금 올리자”고 한다. ‘파탄 난 무상복지’를 땜질하기 위해서다.

세금을 더 걷으면 부도난 공짜 약속은 이어갈 수 있을까.

계산을 해 보자. 증세의 핵심은 법인세 인상이다. 소득세는 이미 손을 본 마당이며, “공짜”를 외치는 마당에 무차별적으로 물리는 간접세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정난을 풀자면 80조원이 넘는 간접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논쟁 대상에 끼지도 못한다. 그랬다가는 조삼모사 비난을 듣기 십상인 탓이다.

법인세는 얼마나 더 거둘 수 있을까. 지난해 거둔 법인세액은 43조8500억원. 이 가운데 4조8100억원은 삼성전자가 낸 세금이다. 법인세액의 10.97%를 차지하는 액수다. 삼성 계열사가 낸 법인세는 7조원에 가깝다. 이 통계는 애플을 누르고 세계 스마트폰시장을 석권할 때의 이야기다. 상황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분기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나아지리라 확신하기도 힘들다. 이익이 반 토막 나면 법인세도 반 토막 난다. 삼성전자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가진 삼성 계열사의 이익이 줄어들 것도 빤하다. 삼성만의 문제일까. 법인세의 97%를 내는 상위 10% 대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석유화학 조선 철강 자동차 어느 것 하나 온전한 산업이 있는가. 현대중공업은 3분기 1조9346억원의 손실을 냈다. 내년 법인세수는 크게 줄어든다.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올해 덜 걷힌 세금은 10조원. 애초 빚을 내 나라살림을 꾸리기로 한 마당에 세수부족까지 겹치니 1∼9월 정부가 새로 낸 빚은 20조원을 넘는다. 중앙정부만 그렇다. 지방정부가 낸 빚을 더하면 훨씬 많아진다.

중소·대기업의 모든 법인세율을 3%포인트 높일 때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은 지난해 징수액을 기준으로 5조7000억원에 이른다. 각종 감면조치를 모두 철폐하면 세율 인상분과 합쳐 9조원 정도 더 걷게 된다. 전제가 따른다. 지난해와 같은 수익이 발생할 때 그렇다. 하지만 나라경제 안팎에 초가(楚歌)만 들끓으니 ‘9조원의 꿈’은 언감생심이다. 반 토막 나지 않으면 다행일 터다. 9조원을 더 걷었다고 치자. 구멍 난 세수 막기도 버거운 돈이다.

돈이 없다. 무엇을 믿고 무상복지를 유지하겠다고 하는가. 못된 방법은 있다. 빚을 더 내면 된다. 우리 세대가 쓰고, 아들딸·손자손녀 세대가 갚으면 될 테니.

생각할 것은 또 있다. 법인세 인하와 감면은 부도덕한 것인가. 투자를 유인하는 당근이 아니던가. 나라마다 위기를 넘기고자 ‘당근 정책’을 쓴다. 일본도 앞으로 5년 동안 법인세율을 5%포인트 낮춘다고 한다. “부도덕하다”고 돌팔매질을 하며 무거운 법인세를 매기면 어떻게 될까. 세금이 싼 곳으로 기업 투자는 이동한다. 결과는 무엇일까. 일자리가 사라진다. 벌써 많은 기업은 해외로 투자선을 돌렸다.

복지 증세. 잘못 건드리면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된 ‘재앙을 부르는 미다스의 손’이 된다. 공짜 공론은 이쯤에서 접어야 한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힘을 모아도 초가를 잠재우기 힘든 상황 아닌가.

강호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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