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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JYP 위기? 시스템 실험중…1등 아니니 부담없죠"

입력 : 2014-11-05 13:31:24 수정 : 2014-11-05 13: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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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실패, '찬스'로 삼아"…콘텐츠 대량 생산 체계 구축 중
8일 20주년 공연…"60살에도 20살 때처럼 노래하고파"
지난 1994년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비닐 바지를 입고 '날 떠나지마'를 부르던 박진영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이 실감 나지 않는다"는 그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댄스 가수로 성공했고 2001년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 지오디(god), 비, 원더걸스, 투피엠(2PM), 미쓰에이 등을 프로듀싱하며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다.

그러나 10여 년간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가요계 3대 기획사로 꼽히던 JYP는 근래 소속 가수들의 부진한 성적과 함께 '3강 구도'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20주년을 맞아 강남구 신사동에서 간담회를 연 그는 "2004년부터 미국 진출을 위해 보낸 4년간 돈을 날렸다"며 "잘 됐다면 JYP가 발돋움했을 텐데 이게 무너지면서 한국에서도 추락했다. 고민과 고뇌를 했지만 그걸 '찬스'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소니뮤직 등 세계적인 음반사의 구조를 배우고 유대인을 많이 만나며 그들의 사고방식과 회사 운영 시스템을 공부했고 지난 3년간 그들의 선진 시스템을 JYP에 도입하기 위해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못 나갈 때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잖아요. 1등이 아니니 부담이 없는 거죠.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애플 주가가 반 토막 나는 걸 보고 많이 느꼈어요. SM과 YG에 비해 JYP는 콘텐츠 생산에서 제 의존도가 높은 편이거든요. 지난 3년간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음반사처럼 될까', '회사의 시가총액 1조 벽을 넘을까' 고민했고 결국 제 '감'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시가총액 1조를 넘으려면 답은 음악과 가수 등 콘텐츠의 '대량 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른 기획사들도 한해에 12개 이상의 앨범을 내기 어려운데 그런 구조로는 1조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리스크를 줄이려면 박진영이 모든 결정을 내리지 않는 구조가 돼야 했다. 1인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고자 세계적인 음반사처럼 빅히트, 에이큐엔터테인먼트 등 JYP의 레이블을 만들어봤고, 작곡가 등 창의적인 사람을 키우려고 3년 전 JYP퍼블리싱도 설립했다. 재능있는 작곡가에게 악기를 사주고 작업실을 제공하고 이들 중 성장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레이블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남들이 볼 때는 JYP가 위기이지만 이런 실험이 재미있다"며 "지금은 시스템 안에서 좋은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그 시스템을 계속 고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이러한 과정에 오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미국에서 자신의 곡을 팔고 소속 가수들을 진출시키기 위해 발품을 판 2004~2008년을 꼽았다.

그는 2003년 말 회사의 반대로 금전적인 지원 없이 미국으로 떠났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아는 형'의 집 차고에 녹음실을 차리고 그곳 21개 음반사를 돌며 데모 음반을 돌렸다. 2004년 드디어 메이스의 음반에 처음으로 곡을 실었고 2005년에는 윌 스미스의 음반에도 곡을 수록했다.

그는 "미국에서 '거지'처럼 살았지만 그때 가능성을 봤다"며 "특히 윌 스미스의 음반에 내 곡을 실었을 때 정말 기뻤다. 아시아 작곡가가 빌보드 톱 10 음반에 곡을 수록한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의 도화선이 된 리만브라더스 파산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그는 세계적인 음반사들과 손잡고 소속 가수이던 임정희, 지소울 등을 2009년 미국에 데뷔시키는 계획을 진행 중이었다.

"리만브라더스 사태가 터지자 현지 음반사들이 '리스크'가 있는 라인업을 모두 접었어요. 당연히 첫 번째가 동양인 가수 데뷔 프로젝트였죠. 금융 사태를 예상 못 했으니 '멘붕'이었고 절망이었어요. 그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다 이겨낼 일들이었는데 처음으로 제 맘대로 안된 일이었죠. 돌아와 보니 회사를 위기에 빠트렸더라고요. 안 되고 나면 무모한 도전으로 남거든요. 하하."

좌절을 경험하고 귀국한 그는 문득 '운'이란 것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랜덤인가, 신의 작용인가.'

돌아보면 데뷔하고 5년간은 한 만큼 운이 따르지 않았다. 데뷔 직후 여자 친구의 존재를 밝히자 팬클럽이 없어졌고, 투표·엽서 등의 집계에서 밀렸다.

5~10년은 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10년 넘어서는 노력보다 결과가 더 좋게 나왔다. 2005년 이후에는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덜 나왔다.

그는 운이 뭔지 밝히고자 2012년 몇 달 간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등의 종교 성지와 역사 현장을 돌아보고 책을 읽으며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나님에 의한 것이라는 성경이 틀렸다는 걸 밝히려는 게 시작이었는데 결국 몇 년간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사이언톨로지 등 모든 종교를 공부한 것 같아요. 결론은 머리로 아는 것과 믿어지는 게 다르다는 것이었죠. 성경은 제게 '베스트 앤서'(Best answer)였지만 '트루스'(Truth)는 아니었어요. '트루스 같다'에서 '앤서'로 바뀌는 순간이 있을 텐데 저에겐 '졌지만 항복이 안 되는 것'이었죠. 그러니 제가 무교겠죠."

그러나 JYP는 지난봄 박진영의 구원파 관련설과 함께 회사에 불법 자금이 유입됐다는 루머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JYP는 "박진영 대표의 부인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조카인 건 맞지만 박진영은 무교"라며 "회사에는 단돈 10원이라도 불법 자금이 유입된 사실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했다.

박진영은 "그때 밝힌 내용이 진실"이라며 "난 연예계에서 딴따라를 하는 동안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물론 다른 사람이 관련됐거나 가수의 장래를 위해 말을 안 한 건 있지만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닌 얘길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년간 후회되는 일은 없느냐'는 물음에도 명쾌하게 답했다.

"기준이 돈을 버는 거라면 후회가 많겠죠. 전 애초에 돈을 관심에 두지 않았어요. 적금 부은 것도 없고 주식, 부동산 투자도 해본 적이 없어요. 차, 시계, 옷에도 관심이 없죠. 매일 입는 옷이 고무줄 바지에 티셔츠죠."

반면 음악을 향한 창작욕은 대단했다. 20년을 맞아 JYP가 집계한 박진영의 자작곡은 508곡. 그중 42곡이 지상파 음악방송과 멜론 주간차트 순위에서 1위를 했다. 1위 곡에는 그의 히트곡 '날 떠나지마'와 '허니'(Honey), '난 여자가 있는데' 등 8곡을 비롯해 지오디, 비, 세븐, 별, 박지윤, 원더걸스, 투피엠, 미쓰에이, 아이유 등의 히트곡이 포함됐다.

그는 "모니카 1집(1995)의 '비포 유 워크 아웃 오브 마이 라이프'(Before You Walk Out Of My Life)에 반해 음악을 만들고 싶어진 게 시작이었다"며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너뿐이야'와 '하트비트'를 꼽았다.

"처음에는 '난 여자가 있는데'가 발라드 반, 댄스 반으로 모니카의 노래처럼 멜로디와 그루브가 맞아떨어진 노래여서 좋아했죠. 이게 더 발전한 게 '너뿐이야'예요. 이 곡이 감정적으로는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그러나 음악적인 실험의 만족도로는 '하트비트'(Heartbeat)예요. 심장 소리로 노래를 만들었으니까요."

그는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8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밀크뮤직 라이브 스테이션' 2부에서 1시간 반 동안 특별 공연 '42 No.1'을 펼친다.

또 삼성전자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뮤직의 '치프 큐레이터'로 참여한다.

그는 "밀크뮤직 서비스는 MOD(Music on demand)가 아니라 장르별 채널이 특화된 라디오에 가깝다"며 "치프 큐레이터로서 장르별 추천곡과 이 곡들의 배합을 맡는다. 그중 '알앤비/솔'(R&B/Soul) 장르 채널은 내가 직접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0년 후를 묻자 한결같은 답을 한다.

"전 딴따라예요. 이 세계가 좋아서 하죠. 60살 때도 20살 때와 같은 능력으로 노래를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똑같은 춤 실력을 유지하고 싶어요."

또 "난 과정만 올바르면 천천히 성공해도 된다고 여긴다"며 "자랑스러운 건 JYP가 한 번도 편법을 쓰거나 검찰 수사를 받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회사나 앞으로도 지금처럼 천천히 올바르게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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