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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업비 부풀리고 부정융자… ‘눈먼 돈’ 9년간 2426억

입력 : 2014-11-04 06:00:00 수정 : 2014-11-04 07: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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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보조금 부정수급 백태 국가 보조금이 ‘눈먼 돈’이라는 지적은 언제쯤 사라질까. 정부는 농축수산 분야에 만연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국가재정 잠식을 차단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거듭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나랏돈을 가로채는 행태는 좀체 근절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국고가 투입된 시설물과 관련해 일부 현황은 소관 부처가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정부가 농축수산 분야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최근 3년간 지원한 국고는 19조58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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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수법에도 국고는 줄줄

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박민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약 5년간 부정수급이 확인된 국가 보조금 가운데 최고 금액은 49억8300만원이었다. 사업기간이 2010년 12월부터 2015년 말까지인 한 농가의 천적 지원사업에 지원된 것이다. 융자금 중에서는 72억100만원 규모의 해외농업개발사업(2013년 12월∼2018년 12월) 지원이 최고액이었다. 사업자는 해당 자금을 유용하고 편취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렇게 적발된 농업 보조금·융자금 부정수급은 2010년부터 4년간 5193건, 1319억원에 달했다.

수사기관에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도 수두룩하다. 전남 영암의 한 영농조합 대표 A(54)씨 등 12명은 2008년 사료공장을 신축하면서 보조금 18억여원(국비+지자체비)을 이른바 ‘꿀꺽’했다. 조합이 신축대금 27억4000여만원 중 자부담금 31%를 댈 능력이 없는데도, 시공업체들과 짜고 공사비를 부풀린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보조금을 타낸 것이다. 이씨 등은 이 공장 배합사료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청탁을 받고 현금 7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가 최근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북 안동에서 돼지를 키우는 B(59)씨는 지난해 축사를 신축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실제 공사비는 3억8000만원이었으나, 시공업체 대표와 짜고 7억5000만원으로 공사비를 부풀렸다. 차액을 빼돌린 것은 물론이고 부풀린 공사비를 근거로 값싼 이자의 융자까지 받아 총 6억원을 챙겼다. 경찰은 이런 수법으로 5년에 걸쳐 보조금 146억7500만원을 가로챈 전국 양돈·육계·산란계 농장주 49명을 적발했다. 검찰과 경찰은 보조금 관련 범죄가 만연하자 지난해 하반기 공조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농어업 융자 지원 분야도 횡령, 편취 사례가 줄을 잇는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C농협은 2007년 신규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자로 선정된 D씨에게 축사 신축용 토지매입자금 4000만원을 대출했는데, 당사자는 최근까지 축사를 지은 사실이 없었고 해당 토지에는 2008년 엉뚱한 사람이 축사를 세워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지매입자금을 지원받아 산 땅을 타인에게 매매한 뒤 개인 용도로 써온 사례도 적발됐고, 축산폐수처리 시설자금을 지원받아 정기예금에 예치한 영농조합법인도 나왔다.

이렇게 샌 농어업정책자금은 작년 말 기준 1352건, 275억원 규모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발 실적은 9444건으로 1만건에 육박했고, 금액은 2426억원을 기록했다. 정책자금 취급 기관이 엉터리로 대출한 사례가 누적 기준 4191건, 789억원이었고 대출받은 자금을 부당사용한 사례가 2019건, 56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실질적인 심사·관리·감독 대책 절실

이런 현실을 놓고 전문가나 사법당국 관계자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보조금과 융자 지원 심사와 관리, 감독의 전 과정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보조금 담당자들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형식적인 서류심사만 하고, 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맞는지 기본적인 확인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종 서류의 진위를 확인할 기초적인 매뉴얼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도 “사업주관기관이나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보조금이 나갈 수 없는 엉터리 같은 부정수급 사례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증빙서류는 작성 명의자를 상대로 실제 발급 여부를 확인하고, 해외사업 집행내역은 재외공관을 통해 진위를 점검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매뉴얼화할 필요가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농업 보조금 지원·관리 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보조금 부당 사용자에 대한 ‘3진 아웃제’ 등 제재를 대폭 강화키로 했고, 사후관리해야 할 국고 보조재산에 대한 통합정보관리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계·장비 가격, 보조금 지원제한 대상자 등 각종 정보 등록·조회 시스템도 구축키로 했다. 하지만 언제쯤 제대로 된 시스템이 정착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농식품부는 국고 보조재산 가운데 운용되지 않는 재산 현황을 요청한 국회에 “파악된 자료가 없다”며 “지자체를 통한 전수조사에만 4개월이 걸린다”고 답했다. 사후관리기간이 남아 있는 보조재산은 지난해 4월 현재 토지와 시설(축사 등), 설비(숙성탱크 등), 장비(트랙터 등) 등 전국에 8만5453건으로 집계됐다. 전국에 얼마나 많은 국고 보조재산이 잠자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조현일·이귀전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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