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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불협화음 EU… '하나의 유럽'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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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02 19:51:15 수정 : 2014-11-02 23: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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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GDP 18.6% 차지 ‘최대 경제권’
英 보수층 중심으로 反이민정서 확산돼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출범 21주년을 맞았다. 그간 EU는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세계은행이 실시한 국제비교프로그램(ICP)에서 전체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 구매력 평가 기준(PPS) 12조7120억유로(약 1경7052조1310억원)로 집계됐다. 전 세계 GDP의 18.6%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내부 진통은 여전하다. 반이민 정서 확산으로 EU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이 인기를 끌면서 EU를 지탱해온 ‘하나의 유럽’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이 표류하며 분열되고 있다”면서 “정치인들이 EU 분열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유로존 18개 회원국의 각종 경제 문제와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골칫거리로 지적된다.


◆EU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영국

EU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회원국은 영국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EU 탈퇴 국민투표를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꿈은 무산됐다. 지난달 28일 보수당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이 국민투표 시행법을 지지하는 대신에 주택 보조금 제도 개혁을 요구해서다. 내년 5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2017년 이전 EU 탈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였다.

영국은 지중해 난민 구조에도 반기를 들었다. 영 외무부는 “더 많은 난민이 바다를 건너는 유인이 될 것”이라며 EU 국경수비대인 프론텍스가 1일 시작한 구조작전 ‘트리톤’을 반대하고 나섰다. 비행기나 선박 등을 지원하는 다른 회원국들과 달리 영국은 출입국관리관 1명만 지원한다.

영국은 분담금 추가 납부를 두고서도 EU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EU는 경제규모에 따른 새로운 분담금 산출 기준에 따라 영국에 다음달 1일까지 21억유로(약 2조8170억원)를 추가로 내라고 통보했다.

캐머런 총리는 “다른 회원국들의 분담금보다 많다”며 “납기 안에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영국의 EU 분담금은 지난해 86억2400만파운드로 EU 회원국 중 4위(12.4%)였다.

캐머런 총리가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EU와 충돌하는 것은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가 EU 탈퇴 카드를 일단 접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주민 규제를 추진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이민 정서가 퍼지면서 EU 탈퇴와 이주민 반대를 내세우는 극우 영국독립당의 인기가 치솟아 재집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20일 로체스터 지역구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마크 레클러스 영국독립당 후보 지지율(48%)이 1위를 한 게 단적인 예다. 그는 지난 9월 보수당에서 영국독립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이러한 영국의 반EU 움직임에 따가운 비판이 쏟아진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부유해졌다”면서도 “영국인들은 그들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고 꼬집었다.

◆유로존 경제 문제도 골칫거리


유로존 회원국들의 경제 문제도 EU의 골칫거리다. 유로존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07년 66%에서 지난해 93%로 상승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지난해 기준 각각 175%, 129%에 달한다. 지난달 27일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EU 집행위원회(EC)의 경고에 따라 내년도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각각 0.5%포인트, 0.3%포인트 더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EU는 재정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유로존 회원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 비율이 각각 60%와 3%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달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0.1%포인트 오른 0.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BBC방송은 “이 같은 추세로는 ECB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물가 상승률 감소에 성장 부진이 동반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에 경기부양 조치를 강구하란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ECB는 이미 기준금리를 제로금리에 가까운 연 0.05%로 내리고 커버드 본드(금융회사가 우량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 장기채권)를 17억유로어치 사들이는 자산매입프로그램(AAP)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몇몇 유로존 회원국의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유로존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경기 침체의 늪에 재진입하기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로존이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양적 완화를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고 처방했다.

이 때문에 경기부양은 1일 취임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ECB가 내년 1월쯤 최후 수단인 국채 매입카드를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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