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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혼자가 좋다"…1인가구 시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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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03 05:00:00 수정 : 2015-02-15 18: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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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族' 쑥쑥 ↑…"산업지형 바꾼다"

#. 직장인 김모(32)씨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60㎡ 크기의 방 하나짜리 오피스텔에서 아내와 둘이 산다. 자가용은 2000㏄ 문짝 2개짜리 중형차다.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기 때문에 가구 등 살림도 간소하다. 집 근처 마켓에서 장을 볼 때는 값싼 대용량 묶음 상품보다는 비싸더라도 작게 포장된 제품을 고른다. 아침밥은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최근 혼자 사는 이른바 ‘1인가구’ 비중이 25%를 넘어서면서 경제·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타깃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혼자서 먹기 좋은 개량형 소형 수박이 등장하고, 지방의 국립명문대 구내식당에 1인용 식탁이 생기는 등 이미 ‘솔로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솔로 트렌드를 반영한 1인용 제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인가구를 타깃 삼은 인터넷 쇼핑몰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나홀로족’의 감성과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제품이든 사이트든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지난 30년간 1인 가구 꾸준히 ↑

지난 30년간 1인 가구는 급증해왔다. 보건사회연구원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5년 1인 가구 비율은 6.9%에 불과했지만 1990년 9.0%, 2000년 15.5%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23.9%로 급증했으며, 2012년에 25%를 넘었다. 2020년 29.6%에 이어 2021년에는 드디어 30%대에 진입한 뒤 2033년 전체 가구 중 3분의 1(33.6%)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1인 가구 수는 2000년 222만4000가구에서 2010년에는 414만2000가구로 10년 사이 거의 2배 가량 증가했고 2015년이면 500만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결혼 가치관의 변화와 개인주의 확산과 같은 인구·사회학적인 변화와 고용불안 등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싱글생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의 54% 정도가 스스로 1인 가구를 선택했으며, 43% 정도가 원룸에 거주하고 주거형태는 월세가 36%로 가장 많았다. 1인 가구들이 스스로 꼽는 장점은 행동에 통제나 간섭이 없는 것이고 단점은 고독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1인가구를 새로운 소비층으로 지목하고 다양한 제품군을 쏟아내고 있다. 한 대형마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인가구를 겨냥한 ‘반반 트리’를 내놓기도 했다. 원통형 트리의 절반만 만들어 크기와 가격을 반으로 낮춘 것. 혼자 사는 작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가득 채우는 대신, 트리 한쪽을 벽에 붙여서 쓸 수 있다.

◆ ‘솔로 경제’ 인당 소비여력, 3~4인 가구보다 더 높아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꽤 오래 전부터 요리 후 남은 재료를 처리하기 힘든 한우나 채소 등을 작은 분량으로 묶어 판매하거나, 1∼2인용 가전제품들로 나홀로족을 끌어들이고 있다. 카페베네와 할리스커피·투썸플레이스·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기존에 2인 이상 먹을 수 있던 베이커리 제품의 크기를 줄이는 등 관련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고, 혼자 즐기기 좋은 회전초밥집과 라멘집도 다시 호황기를 맞고 있다. 특히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1인 식탁을 구비한 식당도 늘고 있는 추세다.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전부터 나홀로족의 사랑을 받은 동네 편의점들의 진열장도 다양해지고 있다. CU나 GS25 등 편의점 업체들은 간단한 식사대용 상품으로 100g 안팎의 소형 푸드를 자체브랜드의 PB상품으로 출시했다. 실제 편의점에서 이러한 필요에 맞는 상품군을 내놓으면서 편의점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편의점 점포 수가 1인 가구 급증과 맞물려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편의점협회가 공식 집계한 편의점 점포수는 2013년 12월 말 기준 2만4859개로 3년 전인 2010년 보다 52% 늘었다.

홍순철 G마켓 홍보팀 차장은 “1인 가구는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고 한 번에 적은 양을 잦은 빈도로 구매하는데, 특히 1∼2인 가구의 월평균 1인당 소비지출은 3∼4인 가구보다 높은 편”이라며 “현재 1인 가구의 성장은 소매유통 시장 내 구매행동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업계가 1인가구에 주목하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를 보면 1인가구의 소비여력은 3∼4인가구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월수입에서 소비와 저축이 자유로운 월가처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인가구가 32.9%로 3∼4인가구의 1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금액면에서도 1인가구의 월가처분 소득이 80만5000원으로 3∼4인가구의 73만5000원보다 많았다.

◆ 오프라인 마트보다 온라인 쇼핑몰 더 많이 찾는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1인가구가 아직은 블루오션이 아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인가구 상품들을 자체 기획하기보다 바이어들이 제안한 상품 중에 선택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가족 고객이 주류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신 나홀로족들은 신선·가공식품을 제외한 ▲패션·의류 ▲가전 ▲신발·구두 ▲화장품 등 대다수 물품을 대형마트가 아닌 인터넷몰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가구의 ‘은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4년째 혼자 사는 직장인 김모(33)씨는 “혼자서 뭔가를 사러 다니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며 “하지만 싱글족이 원하는 상품만 파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11번가·G마켓·옥션 등의 오픈마켓, 쿠팡·위메프·티몬 등 소셜커머스처럼 1인가구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인터넷몰도 늘고 있지만, 결국은 1인의 삶을 이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가족 위주 제품이 주를 이뤘지만 이젠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 모인 사이트도 필요하다”며 “당장 물건을 올려서 파는 것보다 여기서 추천한 물품은 정말 1인가구에 필요하고 믿을 만하다는 신뢰도를 먼저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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