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은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아니다. 오류를 알고도 귀를 막은 교육부의 무사안일과 독선이 주범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오답 논란이 일자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 전체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문항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교과서에 적힌 내용이 진실이라고 우겼다. 하지만 NAFTA의 경제가 2010년부터 EU를 추월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교육부의 권위적 자세가 ‘진짜 문제’다.
교육부는 피해 학생 구제를 위해 정치권에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든다고 해도 뒤바뀐 정답으로 재수를 해야 했던 학생들은 무엇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겠는가. 내년에 신입생으로 들어간들 한 학년 늦게 출발하는 학생들이 겪을 상처와 잃어버린 1년은 무슨 수로 보상받나.
교육부는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잊을 만하면 터지는 출제오류를 막기 위해 학계와 교육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근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수능시험 출제에서 사후 평가에 이르는 대입제도 전반을 돌아보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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