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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의경제수첩] 비정상이 정상화(?)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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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31 21:39:48 수정 : 2014-10-31 21: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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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킬 수 없어도 파기 과정 설명해야
‘비정상의 폭주’로 정부는 신뢰 잃어가
‘비정상’이 압도적이면 ‘정상’으로 둔갑한다. 외눈박이 세상에선 두 눈을 가진 이가 ‘별종’이 되듯이.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것과는 반대의 의미다. 의지와 현실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비정상은 바로잡히기는커녕 보편화하고 있다.

비정상과 정상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부터 논란거리일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접어두자. 박 대통령이 중시하는 약속과 원칙의 잣대만 들이대도 족할 것이다. 그의 약속은 줄줄이 깨지고 있다. 대선전이 펼쳐지던 2012년 내내 약속했던 경제민주화는 시늉만 하다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낙하산 인사는 없을 거라더니 낙하 행렬이 끝이 없다. “지난 9월까지 205명의 친박인사, 이른바 ‘박피아’ 인사가 이뤄졌다”(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고 한다. 되찾아오겠다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무기한 연기해버렸다. ‘증세 없는 복지’ 약속도 깨졌다.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증세가 즐비하다.

대국민 약속 파기를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곧바로 비정상의 낙인을 찍을 수는 없다. 약속은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정말 심각한, 중증의 비정상은 약속을 깨는 과정이다. 국민경제, 국가안위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공약을 파기하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사과는커녕 변명조차 없다. 여권, 그것도 친박 진영에서 “전작권 환수 재연기는 대선공약 파기”(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유 의원은 공개적으로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도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의 시간들이었다. 파릇한 청춘을 포함한 300여 목숨이 서서히 수장돼 가는 것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했던, 유례없는 참사였다. 공권력은 왜 배 안에 갇힌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는지, 그런 정부는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따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류순열 선임기자
그러나 어이없게도 “최종 책임은 제게 있다”(5월19일 대국민담화)던 박 대통령은 돌변해 유족들을 외면하고 “순수한 유가족” 운운하며 ‘편 가르기’에 나섰다. 이후 여당에선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 빗대 의미를 축소하고, 곡기를 끊어가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 옆에선 일베 회원들이 ‘폭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런 야만과 패륜의 악다구니에 책임은 사라지고 진실은 은폐됐다. 처음부터 “국가개조”니, “적폐청산”이니 하는 공허한 수사 대신 진상규명 의지만 분명히 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다. 그랬다면 참사 이후의 시간은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내일의 참사를 막는 따뜻하고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비정상의 폭주는 대중의 비판적 감각을 무디게 하고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광장으로 집결시켰다. 국가를 개조하기는커녕 역사의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려놓았다. 이래도 되나 싶다.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텐데 이렇게 막 나가도 괜찮은지 말이다. 단순 논리, 우격다짐은 이미 각종 정책에서 작동하고 있다. 단기 부양책 위주의 ‘최경환노믹스’에서도 감지된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과소평가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정책은 결정판이다. 잇단 기준금리 인하에다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로 뇌관의 안전핀은 뽑혀나간 상황이다. “제3금융위기로의 초대장”(김태동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역사에 없는 길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거품을 과소평가했지만 그 규모는 엄청났고 거품이 폭발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지 않았던가. 미국 경제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경기침체 장기화는 위기 이전 투자의 약 40%가 부동산에 집중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우리라고 다른가. 1000조원을 훌쩍 넘은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 절반 이상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시대, 정부는 신뢰를 잃어가고 국민의 삶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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