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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아닌 금기어 ‘인민’이란 무엇인가

입력 : 2014-10-31 21:09:49 수정 : 2014-10-31 21: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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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가 6인의 통찰
알랭 바디우·피에르 부르디외 등 지음/서용순·임옥희·주형일 등 옮김/현실문화/1만5000원
인민이란 무엇인가/알랭 바디우·피에르 부르디외 등 지음/서용순·임옥희·주형일 등 옮김/현실문화/1만5000원


‘인민’이란 단어는 위험하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주위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민이 가리키는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란 사전적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민중, 대중, 다중 등의 단어로 우회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역사적, 이데올로기적 배경이 이런 금기 아닌 금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인민은 ‘주권을 구성하는 존재’를 일컫는 가장 적확한 단어다. 권력, 사회, 정치 등을 다루는 철학자들에게 인민에 대한 정의나 논의는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이 책은 알랭 바디우, 피에르 부르디외, 주디스 버틀러, 자크 랑시에르 등 대표 사상가 6명이 인민이란 개념을 둘러싸고 벌인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

알랭 바디우는 인민이란 개념의 쓰임새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룬다. 국민을 가리키는 의미로 한정된 인민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그는 프랑스, 영국 등 국가 정체성 안에 갇힌 인민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광장에서 저항하는 ‘거리의 정치’에서 인민의 모습을 발견한다. 국가 혹은 정부에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바로 인민이 본디 가지고 있는 주권 실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집단 저항에 대해 가끔 언론이나 정치인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덧씌운다. 포퓰리즘이란 단어가 인민을 의회정치를 불신하고 거부하는 적대적인 존재로 그린다고 주장하는 것이 자크 랑시에르가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다. 인민의 이념을 위험한 군중의 이미지와 결합해 기존 의회민주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민에 대한 비판적 사유가 향하는 곳은 결국 민주주의 이념이다. 언뜻 ‘백성이 주인’이라는 간명한 뜻을 지닌 듯 보이는 민주주의는 역사적, 현실적 제약에 의해 복잡하게 변했다. 민주주의 원래 실행 주체, 주권자로서의 인민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 오늘날 민주주의가 명목상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책을 덮고 나면 민주주의의 근원에 대해 자연스레 생각이 뻗칠 것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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