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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건 판결, 법·여론에 낀 軍 법원 '고육지책'

입력 : 2014-10-30 18:19:42 수정 : 2014-10-30 21: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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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 현장검증 모습.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가해자 이모(26) 병장에게 군 법원이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다만 군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는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혐의인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30일 경기도 용인의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문성철 준장)은  폭행과 가혹행위를 주도해 윤 일병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기소된 이 병장에게 폭행치사죄를 적용해징역 4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하모(23) 병장 등 3명에게는 징역 25~30년, 선임병의 지시로 폭행에 가담한 이모(21) 일병은 징역 3월에 집행유예 6월을 선고했다. 폭행을 방조한 의무반 의무지원관 유모(23) 하사는 구형 당시 징역 10년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 ‘법적 근거 VS 국민 여론’…軍 법원 ‘절충’

재판 결과가 발표되자 법조계 인사들은 “징역 45년형은 살인죄를 적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리적 차원에서 볼 때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렵지만, 국민 여론을 감안해 유기징역 형량을 최대한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문 중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문구는 재판부의 이같은 고민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군은 지난 2010년 하반기부터 군 형법에서 일반형법을 준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기징역 상한이 15년에서 최대 50년으로 늘어났다. 형법 42조에 따르면, 유기징역은 1개월 이상 30년 이하이지만 형을 가중하면 50년까지 가능하다.

상해치사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유기징역은 최장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여기에 절반인 15년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어 상해치사죄로 45년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한 변호인은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상해치사죄에 대한 법원 판단에서 볼 때에는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두고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살인죄 입증 자신한다”던 軍 검찰, 비판 피하기 어려워

당초 군 검찰은 상해치사죄로 기소된 가해자들의 혐의를 지난달 살인죄로 변경하면서 “이 정도 수사결과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바 있다.





사건을 처음 맡은 28사단 검찰부는 가해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윤 일병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폭행할 때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3군사령부 검찰부는 ▲범행 당일 윤 일병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가파르며 행동이 느리고 가슴을 비롯한 몸에 상처가 많은 등 이상 징후를 윤 일병이 보였던 상태를 피고인들이 인지하고 있었던 점 ▲지속적으로 잔혹한 구타가 있었던 점 ▲운전병이었던 이 병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대학에서 의료 관련학과 재학 중 입대했고 입대 후 특기교육을 통해 일반인보다 우월한 의료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살인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살인죄 대신 예비로 청구한 상해치사죄를 인정했다.

한 법조인은 “군 검찰이 살인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을 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3군사령부 보통검찰부는 판결 직후 즉각 항소할 뜻을 비쳤으나 항소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살인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윤일병 사건 완벽” 주장한 법무실장, 고등군사법원장 ‘영전’

이 와중에 “윤일병 사건 수사와 공소는 완벽하다”고 주장한 육군 법무실장이 고등군사법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흥석(준장) 육군본부 법무실장 지난 8월 11일 육군 법무통합망에 올린 글에서 “28사단 검찰관은 탁월한 열정과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한달여에 걸친 폭행, 가혹행위와 사망의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가능한 범위에서 완벽하게 특정하여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김 실장은 같은달 13일 “일부 표현에 오해가 있었다”며 사과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김 실장이 고등군사법원장에 내정돼 연말께 부임할 것으로 전해지자 논란이 재연됐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은 “최근 김흥석 준장이 고등군사법원장에 내정됐는데 사건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을 중요 보직에 앉히는 것이 옳은 판단인가”라며 군 당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박대섭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법무병과의 장군이 한명이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승진이나 영전으로 볼 수 있는 직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육군 관계자 역시 “육군 법무실장을 맡은 직후엔 고등군사법원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 일병 사건의 여파로 부대 간부 16명과 국방부 관계자 5명이 징계를 받은데다 판결에서 살인죄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김 실장의 인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아 군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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