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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의 우주론 정교… 신화 틀 벗어야"

입력 : 2014-10-30 20:14:33 수정 : 2014-10-30 21: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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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호복희’ 쓴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위원 오천년 역사의 민족이라고 한다. 올해가 단기(단군기원) 4347년이니 얼추 그렇다. 하지만 단군을 신화적 존재로 보는 통념대로라면 우리 역사는 그 반 토막도 안 되게 쪼그라든다. 반대로 단군을 실존 인물로 보고, 그보다 앞선 시간까지도 실재한 역사로 보는 흐름이 있다. 흔히 ‘재야’라 불리며 큰 대접을 받지는 못하지만, 이런 시각을 토대로 한 민족의 역사는 원대하고 장엄하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57) 연구위원의 주장도 그렇다. 한국천문연구원장까지 지낸 천문학계의 주류 학자이면서 역사학계의 비주류적 흐름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어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환단고기’를 바탕으로 최근에 그가 펴낸 소설 ‘태호복희’에는 고조선에 앞서는 배달국이 배경이다. “하늘을 숭상했던 전통을 알리고, 상고사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소설을 썼다고 한다. 28일 박 연구위원을 만나 소설의 내용에 대해 물었다.

―환단고기는 조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역사책이다.

“맞다. 옛날 사람들이 글을 옮겨쓰는 과정에서 가필(加筆)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책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나라는 없는 역사도 만드는데, 있는 걸 푸대접하는 건 옳지 않다. 환단고기를 쓰레기 취급하면 (중국 고대 전설의 제왕으로 간주되는) 복희(伏羲)가 만든 8괘를 바탕으로 한 태극기는 ‘중국제’가 된다. 환단고기는 복희가 우리 민족이었다고 기록한 유일한 문헌이다.”

―어떤 기록에 주목했나.

“‘무진오십년오성취루(고조선 시기인 기원전 1733년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이 동양의 별자리 28수의 하나인 ‘루’ 주위에 모였다는 내용)’이다. 컴퓨터로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이것조차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이 정도의 기록을 남긴 고조선은 왕권이 확립된 국가였다. 그렇다면 그 전의 배달국도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박 연구위원은 앞서 낸 ‘개천기’와 이번에 나온 ‘태호복희’에서 상고사의 계통을 ‘배달국(BC 3897∼2333년)-고조선(BC 2333∼238년)’으로 정리했다. 환단고기에서 제시하는 ‘환국’은 신화로 판단했다고 한다. 배달국을 지배한 ‘천황’과 당시 천문학자의 우두머리 겪인 ‘천백’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번에 나온 태호복희에서는 배달국 6대 다의발 천황 시대의 복희와 ‘발귀리’가 등장한다.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의 그림. 오른쪽 남신이 복희로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지만 하반신은 뱀으로 묘사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역사학계에서는 비주류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유가 뭔가.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단고기의) 천문관측 기록은 가필할 수 없는 것이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큰집’(중국)이 생기니까 천제(天祭)를 못 지내게 됐고, 우리가 대륙을 지배했다는 기록은 없앴다. 일제강점기에도 그런 일이 반복됐다. 전부는 아니지만 국사학계의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 되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 아닌가.”

―소설에 어떤 메시지를 담은 것인가.

“선조들은 하늘을 숭상하고 두려워했고, 그 섭리에 따라 살고자 했다. 이건 우리 민족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신적 자산인데,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관심조차 없다. 선조들이 남긴 우주론은 중국, 일본의 것보다 훨씬 정교하다. 상고사를 쉽게 전달하고도 싶었다. 고조선조차 신화라고 하는 풍토가 너무 싫다.”

―책에는 많은 천문학 관련 지식이 나온다.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당시의 과학 수준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을 했다. 태호복희에서는 해와 달과 별의 운행, 음력과 윤달 등의 천문 현상이 등장한다. 개천기에서는 북극성의 고도, 수성의 발견 등을 설명했다. 현재의 ‘천문대장’(한국천문연구원장을 지낸 자신의 경력을 이렇게 표현했다)인 내가 5000년 전 천문대장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그는 ‘치우천황’을 다룬 소설을 또 낼 생각이다. 개천기를 구상하면서부터 최소한 3권은 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소설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대답했다.

“그 대신에 작업 시간이 길다. 개천기를 쓸 때는 6년, 태호복희는 4년 정도 걸렸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글이 좋아지지 않나.(웃음) 지금 당장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알아주는 사람도 적지만 언젠가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글·사진=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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