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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2015년1월까지 특별전

부처상·말을 탄 여인 등 전시
‘수정 감입 네 잎 금속 장식’은 중국 한나라 때의 청동제 유물로 중앙과 네 잎에 구멍을 뚫고 수정을 넣었다. 수정 안쪽에는 인물이 표현되어 있다. ‘말을 탄 여인’은 중앙아시아 투루판의 아스타나 고분군에서 나온 도용(陶俑)이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소재로 한 벽화는 20세기 초 일본의 작가 와다 산조의 작품으로 조선총독부 청사의 중앙홀 천장에 걸렸던 것이다. 

‘말을 탄 여인’
시대, 지역, 소재 등 어느 하나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세 작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시실에 함께 자리 잡았다. 셋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소유 기관과 활용 방식이다. 일제강점기 이왕가박물관과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소유했던 ‘동양’의 유물들이며 제국주의의 기획을 드러내는 것이다.

1908년 대한제국 궁내부가 설립한 제실박물관에서 이어진 이왕가박물관과 1915년 12월 조선총독부가 세운 조선총독부박물관은 유물을 통해 식민지지배에 대한 조선인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고, 동양에서 당시 일본이 차지한 선도적 위치의 당위성과 필연성을 증명하기 위한 전초기지였다. 이를 위해 일제는 한국 유물뿐만 아니라 중국, 중앙아시아의 유물을 수집하는 데 혈안이 됐다.

금속장식과 같은 한나라의 유물은 평안남도에서 출토된 낙랑 유물과 비교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수집됐다. 한나라가 한반도에 낙랑을 설치하고 중국 문화가 유입된 뒤에야 한반도의 문화가 시작되었다는 ‘타율적 조선사’를 강조하는 참고자료였던 것이다.

말을 탄 여인은 ‘오타니 컬렉션’ 중의 하나다. 오타니 고즈이가 파견한 탐험대가 학술조사 명목으로 약탈한 중앙아시아의 유물이 오타니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묶였고, 그중 일부가 중국 뤼순박물관,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흘러들었다.

‘수정 감입 네 잎 금속 장식’
중앙아시아에 대한 학술조사는 동양에서 학문적 패권을 장악하고 프랑스, 영국 등 서양 열강과 경쟁하고 싶었던 일제의 욕망이 작용한 결과였다.

와다의 벽화 같은 일본의 근대미술이 이왕가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것은 일본, 한국의 상호 이해와 협조의 이미지를 제공하려는 기획의 일환이었다.

우리와 같은 듯 다른 문화를 일군 아시아 각국의 문화 역량을 일별하는 계기로도 삼을 만한 전시회다.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북제(北齊)의 부처상은 똘똘한 아이 같은 인상이고, 송나라의 보살상은 여성적인 몸매와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근대미술 작품들은 거장으로 통했던 일본 작가들의 초기작들이라 보는 재미가 크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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