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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의 독재자’ 박해일 “나 인복 많다, 인정”

입력 : 2014-10-29 16:27:51 수정 : 2014-10-29 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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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서 철부지 아들 태식 연기
아마 대한민국에서 이 남자만큼 안티팬이 없는 배우도 드물지 않을까. 데뷔 후 15년간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연기만 해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배우 박해일(37)은 올해만 세 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거나, 만날 채비를 마쳤다. 지난 6월 개봉한 ‘경주’(감독 장률), 현재 상영 중인 ‘제보자’(감독 임순례), 그리고 개봉을 앞둔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까지. 스토리·장르·캐릭터 뭐 하나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에서 박해일은 자기가 맡은 몫을 110% 해내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부드러운 인상의 얼굴에 이토록 많은 스토리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큰 장점이다.

“처음부터 껄렁한 역할로 시작했어요. ‘청춘예찬’(2000)이란 제목의 연극이었는데, 불량기 가득한 고등학생 역할이었죠. 절 보시는 많은 분들이 부드럽고 따뜻한 캐릭터를 더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별로 안 그래요. 이번 ‘나의 독재자’만 봐도 그렇잖아요. 일단 작품이 좋고 호기심을 느끼면 역할은 잘 안 가리게 되죠.”

‘나의 독재자’는 본인이 김일성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살아가는 대역배우 성근(설경구 분)과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는 아들 태식(박해일 분)이 함께 그려나가는 감동 드라마. 박해일은 이 영화에서 다단계 MP에 사채까지 막 끌어다 쓰는 철부지 아들 역을 맡아 ‘껄렁한’ 매력 한 번 제대로 살려냈다.

◆ 감독들의 끊이지 않는 러브콜?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데 한 번 기웃거리지 않고 충무로에서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박해일 본인의 노력과 의지, 연기력이 큰 몫 했지만 무엇보다 강우석, 봉준호, 김한민, 송해성 등 감독들의 끊이지 않는 ‘러브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1년부터 매년 한두 편씩 주연급으로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직업란에 ‘배우’라고 적을 뿐, 일반 회사원이나 가장처럼 평범한 삶을 사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조용히 공감의 미소를 짓는 그다.

“저 인복 하나는 타고난 거 인정해요. 데뷔 때부터 감독님들이 좋게 봐주셨는지 일을 끊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죠. 이게 다 조상님 잘 모신 부모님 덕분인가란 생각도 해본 적 있어요.(웃음) 이해준 감독님은 ‘김씨표류기’ 연출했을 때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통성명한 사이인데, 그때부터 서로 호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기회가 되면 꼭 한 작품 합시다’ 그랬는데 그 기회가 이제 온 거죠.”

◆ 아버지란 그 이름

박해일은 ‘나의 독재자’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을 꼽았다. 지금껏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정작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고 한다.

“자식 입장에서 아버지를 말하는 영화는 종종 나왔지만, 이해준이란 연출자가 그리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는 어떤 톤일지 궁금했어요. 아버지 역할의 설경구 선배님과 함께한 현장의 에너지는 정말 굉장했고요. 영화를 찍으면서 실제 저의 아버지도 자꾸 떠올렸어요.”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 당시 박해일은 ‘나의 독재자’ 촬영 중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 수술을 받고 많이 좋아지셨어요.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영화 개봉하면 보러 가시라고 티켓 끊어드리려고요.(웃음)”

◆ 특수분장 전문배우?

‘나의 독재자’는 ‘김일성 대역’ ‘아버지와 아들’이란 독특한 소재 말고도 ‘설경구의 특수분장’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설경구는 40대부터 70대까지 김일성과 외모가 흡사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매일 새벽 2시부터 촬영장에서 나와 무려 5시간의 특수분장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는 “박해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알고 보니 2012년 영화 ‘은교’(감독 정지우)에서 박해일 역시 똑같은 경험을 했던 것. 몇 시간만 지나면 너덜너덜해지는 특수분장 때문에 모든 촬영은 설경구 위주로 진행됐고, 그와 호흡을 가장 많이 맞춘 박해일은 늘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설경구는 또 “은교 때 박해일은 8시간씩 특수분장 했다더라. 그에 비하면 저는 (5시간) 호강한 셈”이라고 말하기도.

“설 선배님 말씀은 과찬이신 것 같아요.(웃음) 글쎄요. ‘은교’ 때 김무열, 김고은씨는 저보다 더 기다려 줬는걸요. 특수분장은 아직 개척할 게 많은 영역 같아요. 배우의 얼굴을 늙어 보이게, 또는 (기술이 좋아져서) 젊어 보이게 할 수도 있게 되겠죠. 배우 입장에서는 도전할 수 있는 배역이 많아진다는 얘기도 되고요.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보다 기술이 더 좋아진다면, 다음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 배우가 배역 잡아먹을 줄 알아야

‘나의 독재자’는 이해준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요즘 상업영화 시스템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가주의 영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런 점에서 박해일은 이 작품을 더욱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감독이나 배우나 똑같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고 싶어 하는 존재들이잖아요. 이해준 감독님은 이 영화에서 한 남자이자, 배우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결국 본인의 이야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영화에서 오래 호흡을 맞춘 설경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존경심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배우가 배역을 잡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 배역, 스토리 등 모든 게 잘 만나야 하는데 그러기란 쉽지가 않거든. 이번에 설 선배님이 연기하신 성근은 배우 생활 하면서 자주 만날 수 없는 그런 배역이었고, 선배님은 그런 캐릭터를 최고의 경지로 이끌어내셨죠. 저도 언젠가 한 번쯤 만나길 기대하는 그런 역할을.”

마지막으로 박해일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이 영화를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자식에게 있어 만큼은 모든 걸 해주고 싶었고, 묵묵히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신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후회 없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박해일이 처음 선보이는 아버지 이야기, ‘나의 독재자’는 10월30일 개봉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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